[김영희의 수필 향기] 능소화 필 때 - 박금아
능소화 필 때 박금아 성가병원 울타리에 능소화가 붉게 피었습니다. 임을 기다리다 죽은 이의 넋이라 했던가요. 기다린다는 것은 목을 빼는 일. 주렁주렁한 그리움은 담장을 넘어 하늘가 빈자리에 무지개로 걸렸습니다. 이제는 더는 떠돌아다닐 필요 없는, 누군가의 가슴에 정착할 그리움입니다. 안토니오 형제와 함께했던 마지막 시간이 떠오릅니다. 그날은 병실 문을 열 때부터 달랐습니다. 환하게 웃던 모습은 사라지고 손을 내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