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밥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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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는 무료급식소가 있다.
행정의 틀 안에서, 후원과 자원봉사로 운영되는 공간들이다.
누군가에게는 생존이고, 누군가에게는 마지막 자존심이다.
우리는 종종 무료급식소를 ‘특별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생각한다.
하지만 삶은 생각보다 쉽게 기울어진다.
한때 방송가에서 활동하던 이의 가족도
프로그램 종료 이후 생활고를 겪으며
무료급식소를 찾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유명인의 가족도, 평범한 이웃도
상황이 무너지면 다르지 않다.
굶주림은 신분을 묻지 않는다.
며칠 전, 나는 혜화동에서 마음에 남는 풍경을 보았다. 대학로 골목의 한 무한리필 닭갈비집(춘○집)이었다.
요즘 외식 물가를 생각하면 믿기 어려울 만큼 저렴한 가격.
철판 위에서 닭갈비와 채소가 넉넉히 익어가고,
부족하면 더 가져다 먹을 수 있는 구조였다.
공연을 마친 듯한 젊은 배우들,
대본을 옆에 둔 채 식사하는 청년들,
소극장 스태프로 보이는 이들이 삼삼오오 앉아 있었다.
더 놀라웠던 건
연극인들에게는 추가 할인을 해준다는 사실이었다.
화려한 무대 뒤에서
늘 풍족하지는 않은 삶을 살아가는 이들.
그들에게 그곳은 단순한 식당이 아니라
잠시 숨을 돌릴 수 있는 식탁처럼 느껴졌다.
간판에 ‘무료’라는 단어는 없지만
계산기보다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
그곳에서 나는 작은 밥퍼의 정신을 보았다.
그래서 더 중요한 것은
제도 밖의 작은 마음인지 모른다.
주변을 돌아보면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마음이 무너져 있는 사람들이 있다.
사업이 기울고,
직장을 잃고,
가족 돌봄에 지쳐 있고,
예술을 하며 생계를 버티고 있고.
그럴 때 거창한 위로보다
“밥은 먹었니?”
이 한마디가 사람을 붙든다.
말로 묻는 것만으로도 좋다.
가능하다면 한 끼를 함께하는 것도 좋다.
생활 속 밥퍼는 거창하지 않다.
후원계좌도, 현수막도 필요 없다.
내 주변 한 사람을 향한 식탁이면 충분하다.
서울의 무료급식소가 제도 속 밥퍼라면,
혜화동의 작은 식당은 생활 속 밥퍼였다.
밥 한 끼는 배를 채우지만,
함께 먹는 밥은 사람을 붙든다.
오늘,
누군가에게 한 번 물어보면 어떨까.
“밥은 먹었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