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노후, 자식의 몫이 아닙니다
“자식이 노후의 보험이다.”
한때는 너무나 당연한 말이었다. 부모는 자식에게 모든 걸 주고, 자식은 부모의 노후를 책임졌다. 그러나 지금, 그 믿음은 조용히 무너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분기 65세 이상 고령층의 사적이전소득은 월평균 24만2937원. 자식에게서 받는 돈이 1년 전보다 5.5% 줄며, 2021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자식에게 기대는 노후’는 이제 옛말이 되었다.
청년들은 말한다. “부모님께 죄송하지만, 저도 버겁습니다.”
취업은 어렵고, 월세는 비싸며, 미래는 불안하다. 부모를 돕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여유가 없다. 자신의 삶을 지키기도 힘든 시대다.
노인들은 말한다.
“자식 잘되라고 다 줬는데, 나는 남은 게 없네.”
학비, 결혼자금, 집 마련까지 자식에게 모든 걸 쏟았지만, 돌아온 것은 고독과 불안뿐이다. 기대는 상처가 되고, 생계는 걱정이 된다. 이제는 서로가 서로에게 미안한 시대.
청년은 부모를 도울 수 없어 죄스럽고, 부모는 자식에게 기대다 상처받는다.
하지만 이 상황을 탓만 할 수는 없다. 이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가 겪는 변화다. 이제는 새로운 길, 새로운 관계의 방식을 찾아야 한다.
부모의 역할 변화 — 후원자에서 조력자로
이제 부모는 자녀의 삶을 대신 살아주는 ‘후원자’가 아니라, 스스로 설 수 있도록 돕는 ‘조력자’가 되어야 한다. 무조건적인 용돈이나 생활비 지원보다, 자녀가 계획하고 책임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생활비 일부 자립 조건, 목표 기반 지원 같은 방식이 그 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교육이다. 청소년기부터 금융 리터러시와 소비 습관을 익히고, “돈은 버는 것보다 쓰는 법을 아는 게 먼저”라는 가치를 배워야 한다. 부모는 물고기를 주는 대신, 물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성공의 정의를 다시 묻다
한국 사회는 오랫동안 “자식 성공 = 부모의 성공”이라는 공식 아래 살아왔다. 대학 진학률은 높지만, 취업률은 낮고, 학자금과 등록금 부담은 여전하다. 그 결과는 부모의 노후 불안과 자녀의 경제적 불안, 세대 갈등이다.
이제는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이 아니라, ‘자립하고 행복하게 사는 삶’을 성공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기술교육, 직업훈련, 창업지원 등 다양한 경로를 제도적으로 확대하고, 학벌이 아닌 능력 중심의 사회로 바뀌어야 한다.
초고령 사회, 현실적 해법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은 48.8%, OECD 1위다. 이대로는 안 된다.
노후 자산을 연금화하고, 공적 안전망을 강화하는 현실적 대책이 시급하다.
첫째, 주택연금 제도 개선이다. 시가 9억 원 제한을 완화하고, 주택가격 변동을 반영해 월 수령액을 현실화해야 한다.
둘째, 임대소득 연계형 연금 모델을 도입해 주거 안정과 소득 확보를 동시에 달성해야 한다.
셋째, 공적연금 강화다. 국민연금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수급연령 조정과 급여 자동조정 장치를 도입하고, 퇴직연금·개인연금과의 연계를 확대해야 한다. 또한 고령층이 일하면서도 연금을 감액 없이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문화의 전환 — 몰빵에서 분산으로
이제는 자녀에게 모든 걸 거는 대신, 부모 자신의 노후·건강·삶의 질에도 투자해야 한다.
“내 자식이 잘 되면 나도 행복하다”는 믿음은 여전히 소중하지만,
그 행복이 부모의 생존을 위협해서는 안 된다.
세대 간 기대와 현실을 나누는 솔직한 대화가 필요하다.
“얼마나 도울 수 있는지, 무엇을 기대하는지”를 함께 이야기해야 상처가 줄어든다.
함께 살아가기 위한 제안
부모는 자산을 지키고, 자식은 자립을 준비하며, 정부는 제도적 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절대 빈곤 노인을 위한 기초연금 확대, 부부 감액 폐지, 노인 일자리 확충, 간병비 건강보험 적용, 주거복지와 통합돌봄 서비스 강화가 절실하다.
마무리
자식에게 모든 걸 주는 사랑은 아름답다. 그러나 그 사랑이 부모의 삶을 무너뜨려서는 안 된다.
그리고 자식도, 부모의 희생 위에만 선 삶은 오래가지 않는다.
이제는 서로를 짊어지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를 지지하는 관계로 나아가야 한다.
그 변화는 아마 이런 한마디에서 시작될 것이다.
“괜찮아, 네 탓이 아니야.”
산타뉴스는 세대가 함께 아름답고 따뜻하게 늙어가는 사회를 꿈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