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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눈 건강 주의보

전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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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생 근시가 증가하고 있다
청소년 근시는 개인의 불편함을 넘어 사회적 비용으로 돌아오는 문제이다

 • 우리나라 중·고등학생들 사이에 ‘근시 경보’가 켜지고 있다


스마트폰·태블릿·온라인 학습이 일상이 된 데다, 야외활동은 줄어들면서 아이들의 눈 건강이 빠르게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와 보건당국 조사에 따르면 중·고등학생의 상당수가 이미 안경이나 렌즈를 착용하고 있으며, 이 중 적지 않은 수는 ‘고도 근시’ 단계에 진입해 향후 안과 질환 위험까지 안고 살아가야 하는 실정이다.

 

학교 현장에서 만난 한 중학교 2학년 A군은 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 안경을 쓰기 시작해 지금은 도수가 -6디옵터를 넘어섰다. 

온라인 수업과 게임, 동영상 시청으로 하루 6~7시간 이상 스마트폰·컴퓨터 화면을 쳐다보는 생활이 이어지면서 시력은 해마다 급격히 떨어졌다. 


고등학교 1학년 B양 역시 시험기간만 되면 늦은 밤까지 책상 위에 엎드린 자세로 공부하다 보니, 눈이 뻑뻑하고 두통이 잦아졌지만 ‘공부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제대로 된 시력검진을 미뤄왔다. 안과를 찾았을 때는 이미 망막 검사와 정기적인 추적관찰이 필요한 고도 근시로 진단됐다.

 

문제는 ‘시력 저하’가 단순히 안경 하나로 끝나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소아·청소년기에 시작된 고도 근시는 성인이 된 이후 망막박리, 녹내장, 황반변성 등 심각한 안질환의 위험을 크게 높인다. 

그럼에도 많은 학부모와 학생들은 ‘안경 쓰면 되지’,  ‘조금 불편해도 수능 끝나고 병원 가자’는 식으로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 

조기관리의 골든타임이 지나고 나서야 병원을 찾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46년 경력의 주병철 서울 미도안경 대표는 청소년기의 시력 관리를 성장판 관리에 비유한다. 

‘키 성장이 이루어지는 시기가 있는 것처럼, 눈도 성장하는 시기에 생활습관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평생의 시력이 좌우된다’ 는 설명이다. 


책이나 스마트폰 화면은 눈에서 30cm 이상 떨어뜨려 보는 ‘바른 거리’ 지키기, 

30~40분 가까이 집중했다면 5~10분 정도 먼 산이나 창밖을 바라보며 눈을 쉬게 하기, 방 안 조명을 적당히 켜고 한쪽만 밝거나 어두운 환경을 피하는 것 등을 기본 수칙으로 설명한다.

 

야외활동도 중요한 예방책이다. 

자연광 아래에서 멀리 보기 활동을 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근시 진행이 늦춰진다는 연구 결과들이 보고되고 있다. 
그러나 입시 경쟁과 과도한 사교육, 디지털 기기 의존으로 우리나라 학생들은 체육시간과 방과 후 운동 시간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학교 차원에서 정기적인 ‘눈 건강 교육’과 쉬는 시간마다 스트레칭·눈 운동을 함께 안내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정기적인 시력검사는 근시 악화를 막는 마지막 안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적어도 1년에 한 번, 눈 피로를 많이 호소하는 학생은 6개월에 한 번은 안과를 찾아 시력과 안구 상태를 점검할 것을 권고한다. 

학교 검진에서 이상이 발견되면 ‘그냥 그렇겠지’하고 넘기지 말고, 반드시 추가 정밀검사를 통해 안축장(눈의 길이) 변화나 망막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최근에는 근시 진행을 늦추기 위한 특수 렌즈, 드림 렌즈, 약물치료 등 다양한 방법도 연구·도입되고 있어 조기에 개입할수록 선택지가 넓어진다.

 

청소년 근시는 개인의 불편을 넘어 사회적 비용으로 돌아오는 문제다. 

젊은 세대의 눈 건강 악화는 생산성과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장기적으로는 의료비 부담을 가중시킨다. 가까운 것을 향해서만 초점을 맞추는 눈처럼, 당장의 성적과 성취만 쫓다 아이들의 시력을 잃게 만드는 사회는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성적 관리 못지않은 ‘시력 관리’에 대한 인식 전환이다. 

부모와 학교, 사회가 함께 나서 우리 아이들의 눈을 지켜낼 때, 비로소 아이들의 미래도 더 멀리, 더 선명하게 보일 것이다.

 

전미수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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