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경제/정치
사회

연중기획 / 인생을 바꾸는 말

류재근 기자
입력
로마철학자 키케로가 들려주는 ’아픔은 성장통이 된다’
키케로의 오래된 철학은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여전히 유효하다

 • 로마 철학자 키케로가 전하는 ‘현실 고통 극복의 지혜’

 

한국 사회에 던지는 묵직한 성찰

 


로마의 정치가이자 철학자였던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는 혼란과 음모, 전쟁과 배반이 뒤얽힌 시대를 살아냈다. 그는 공화정의 이상이 무너져가는 격랑 속에서도 ‘인간은 고통 속에서 더욱 단단해진다’고 강조했다. 


그의 저술 『투스쿨룸 대화』, 『의무론』, 『라엘리아스』 등은 흔들리는 개인과 불안정한 사회가 어떻게 고통을 마주해야 하는지에 대한 지혜를 담고 있다.

 

오늘을 사는 한국 사회 역시 경제적 압박, 관계의 피로, 세대 간 갈등, 불안정한 미래 등 복합적 스트레스로 집단적 성장통을 겪는 중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키케로의 통찰은 놀라울 만큼 현재적이며 실제적이다.

 

 

■  고통은 인간의 정신을 단련시킨다 - 키케로. 의 의지 철학

 

키케로는 고통을 단순한 불행이나 운명의 장난으로 보지 않았다. 그는 ‘고통은 감당할 수 있는 자에게만 찾아온다’고 말하며, 시련의 의미를 인간 내면의 성숙 과정으로 이해했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고통이 왔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 고통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하느냐였다. 그는 고통을 피하는 삶이 아니라, 고통을 이성적으로 이해하고 통제하려는 태도를 강조했다. 오늘날 심리학에서 말하는 ‘인지적 재평가(cognitive reappraisal)’와도 맞닿아 있는 부분이다.

 

 

■ 현대 한국 사회의 ‘상처받은 의지’에 주는 메시지

 

한국 사회는 유난히 빠른 변화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간다. 직장인들은 소진감에 시달리고 청년들은 미래를 향해 뛰다가 넘어지기를 반복한다. 중장년층은 뒤늦게 찾아온 불안과 재정적 부담에 흔들리고, 노년층은 고독과 건강 문제에 직면한다.


이때 많은 이들이 ‘왜 나에게만?’ , ‘이 고통은 끝이 날까?’를 되묻는다. 하지만 키케로는 정반대의 관점을 제시한다.

 

그는 고통을 ‘성장통’으로 정의하며, 고통이야말로 인간이 더욱 큰 지혜와 용기를 획득하는 진입로라고 설명했다. 한국인들이 어려움을 마주할 때마다 보여온 강한 회복력(Resilience), 위기 속에서도 공동체적 연대를 이루는 힘은 이러한 고전적 통찰과 직접 맞닿아 있다.

 

 

■ ‘아픔을 외면하지 말라’ - 정신적 회복력의 핵심

 

키케로는 고통을 이기는 첫 번째 방법으로 ‘직면의 용기’를 들었다. 아픔을 덮어두거나 도망갈수록 상처는 깊어지고, 결국 스스로의 삶을 억압하게 된다는 뜻이다.


한국 사회는 그동안 ‘참아라’, ‘견뎌라’라는 문화적 코드 속에서 많은 정서적 문제를 내면화해 왔다. 그러나 키케로는 참음이 아닌 이해와 성찰을 기반으로 한 인내를 말했다. 


고통의 이유를 분명히 인식하고 그 안에서 의미를 찾을 때 비로소 인간은 성숙할 수 있다는 것이다.

 

 

■ 고통을 통해 성숙하는 사회 - 성장통을 받아들이는 문화 필요

 

키케로는 공동체의 가치 역시 강조했다. 개인의 고통은 사회적 지지 속에서 더욱 의미 있게 해석될 수 있다고 보았다. 이는 최근 한국에서 부각되는 정서적 돌봄과 심리 안전망 강화와도 맞물린다.

 

각자도생의 시대를 지나,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는 문화가 정착될 때 사회는 단단해진다. 키케로의 말대로 ‘고통은 우리를 무너뜨리기 위해 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더 나은 존재로 만들기 위해 찾아온다.’

 

 

■ 한국인에게 보내는 키케로의 조용하지만 단단한 위로

 

오늘의 한국 사회는 불확실성과 불안, 경쟁의 그림자 속에서 하루를 살아낸다. 

그러나 키케로의 목소리는 2천 년의 시간을 건너와 이렇게 말한다.


‘고통은 당신을 깨뜨리려 하지 않는다. 그 고통을 이겨낼 힘이 이미 당신 안에 있음을 증명하려고 오는 것이다.’

 

시대가 달라져도 인간의 마음은 크게 바뀌지 않는다.
고통은 상처가 아니라 성장의 발판이며 한국 사회가 겪고 있는 여러 갈등과 아픔도 결국 한 단계 더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성장통’일지 모른다.

키케로의 오래된 철학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여전히 유효하다.


그리고 조용히 말한다.

‘아픔을 두려워하지 말라. 그것은 당신이 더 깊어지는 순간이다.’

 

류재근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