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주민 A씨, 영하의 산속에서 묵묵히 쓰레기 수거

영하의 날씨가 이어지던 지난 1월 중순, 인천 부평구 장수산 등산로에서 한 외국인 주민이 홀로 산속 쓰레기를 수거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주인공은 2024년 한국에 입국해 인근 아파트에 거주 중인 미국 국적의 A씨다. 그는 주로 주말마다 장수산 진입로 일대에서 버려진 폐기물을 모으는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 17일 오전, 산행 중이던 지역 주민 박모(65) 씨는 등산로 한편에서 땅속에 묻힌 쓰레기를 하나씩 끌어내고 있던 A씨를 발견했다.
당시 기온은 영하권이었고, A씨의 얼굴과 귀는 추위로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박씨는 “처음에는 환경 관련 일을 하는 분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A씨는 “전문적인 활동은 아니고, 쓰레기를 모아두면 친구가 구청에 연락해 수거를 돕는다”고 설명했다.
A씨는 산속 곳곳에 흩어진 폐기물을 한곳에 모아두는 방식으로 정화 활동을 이어오고 있었다.
대부분의 등산객이 무심히 지나치는 상황에서도 그는 호흡이 가빠질 때까지 작업을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박씨는 “주말 아침에 쉬고 싶을 법도 한데, 말없이 쓰레기를 치우는 모습을 보며 오히려 내가 부끄러워졌다”고 전했다.
이어 “그날 연락처를 교환했고, 다음에는 꼭 함께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덧붙였다.
인천 부평구에 따르면 해당 지역은 등산객 증가로 생활 쓰레기 무단 투기가 반복적으로 발생해 왔다.
지자체는 민원이 접수될 경우 수거를 진행하지만, 상시 관리에는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A씨의 활동은 제도나 캠페인에 기반한 것이 아니다.
개인의 자발적인 선택이었고, 반복된 일상이었다.
박씨는 “산 한쪽에 이미 모아둔 쓰레기 양이 상당했다”며 “이제는 나도 자연을 지키는 일에 참여하려 한다”고 말했다.
A씨는 칭찬을 바라지 않았다.
그저 눈에 띈 쓰레기를 지나치지 않았을 뿐이다.
하지만 그 조용한 행동은 한 사람의 마음을 움직였고,
이웃의 발걸음을 다시 산으로 이끌었다.
자연을 지키는 일은 그렇게, 말없이 전염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