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애니메이션이 불러온 ‘문화 관광 붐’…국립중앙박물관, 개관 이래 최고 성과

서울 용산에 위치한 국립중앙박물관이 올여름 유례없는 인파와 매출 기록을 세우고 있다.
계기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장편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개봉 이후 작품 속 배경과 전통문화 요소를 직접 경험하려는 국내외 팬들이 몰리며, 박물관은 물론 주변 관광업계까지 활기를 띠고 있다.
■굿즈 매출·방문객, 모두 ‘역대 최고’
박물관 공식 문화상품 브랜드 ‘뮷즈(MUSE)’ 온라인몰 방문자는 작품 공개 이전 하루 평균 7천 명 수준이었으나, 최근에는 60만 명에 달하며 80배 이상 증가했다.
작품에 등장한 캐릭터와 닮은 ‘호랑이·까치’ 모티프 상품은 예약 판매만 8차례 진행됐고, 일부 소비자는 3개월 이상 기다려야 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상반기 굿즈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34% 늘어난 115억 원으로, 개관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오프라인 매장 역시 관광객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박물관 방문객, 20년 만의 정점
올해 상반기 박물관을 찾은 관람객은 270만 명으로, 전년 대비 64% 증가했다.
이는 용산으로 이전한 이후 20년 만에 기록한 최대 수치다.
관계자들은 “일회성 유행이 아니라, 문화 콘텐츠와 실물 경험이 맞물리면서 시너지가 난 사례”라고 평가한다.
■전통문화 체험 상품도 ‘함께 상승’
작품 속에서 주인공들이 한복을 입고 전통시대 공간을 탐방하거나, 대중목욕탕에서 ‘세신’을 하는 장면이 인상적으로 그려지면서 관련 체험 상품 예약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한 국내 관광 플랫폼에 따르면, 애니메이션 공개 후 한 달간 외국인 관광객의 한복 체험 결제액은 전월 대비 30% 이상 늘었고, 특히 대만 관광객 이용 건수는 400% 이상 급증했다.
세신 체험 역시 외국인 관심이 크게 늘어, 대중목욕탕 콘텐츠 결제액이 두 자릿수 이상 상승했다.
■K-푸드·K-팝 클래스까지 번진 열기
관광 수요 증가는 음식과 공연 체험으로도 확산됐다.
싱가포르·미국 관광객들의 한식 결제액이 각각 150% 이상 늘었으며, K-팝 댄스 클래스 예약률은 미국에서 400%, 대만에서 500% 이상 증가했다.
이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단순 시청 경험을 넘어, K-컬처 전반을 체험하려는 여행 욕구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해외직구·수출 시장에서도 인기
박물관 굿즈는 해외 소비자 직구 시장에서도 호응을 얻고 있다.
전통 민화가 그려진 오르골, 에어팟 케이스, 모자, 볼펜 등이 북미·유럽·동남아로 판매되며, K-컬처 상품의 해외 잠재력을 입증했다.
특히 네덜란드, 캐나다, 싱가포르 등 다양한 국가에서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 “콘텐츠와 관광의 선순환 사례”
문화산업 전문가들은 이번 현상을 ‘콘텐츠-관광-소비’의 선순환 모델로 평가한다.
한 관계자는 “작품이 K팝과 한국 전통문화를 자연스럽게 결합한 덕분에, 팬들이 온라인에서의 감상을 오프라인 경험으로 확장하고 있다”며 “국립중앙박물관이 한국 문화의 관문 역할을 하며 세계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중심이 됐다”고 분석했다.
넷플릭스는 이미 속편 제작과 실사 영화화, 뮤지컬 등 후속 프로젝트를 검토 중이며, 관련 완구·상품 상표권도 출원했다.
업계는 이를 디즈니식 ‘멀티 콘텐츠·상품’ 전략의 시작으로 보고 있다.
이번 사례는 글로벌 OTT 콘텐츠가 단순 시청을 넘어, 지역 문화기관과 관광산업에 실질적인 경제 효과를 창출할 수 있음을 보여준 대표적인 모델로 기록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