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칼럼] 조각이 건넨 우정 — 총 대신 시를, 전쟁 대신 조각을
산타칼럼 | 조각이 건넨 우정 — 총 대신 시를, 전쟁 대신 조각을
글 | 산타뉴스 성연주 기자
2025년의 지구는 여전히 불안하다. 중동에서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긴장이 가시지 않았고, 우크라이나의 대지는 여전히 포성에 잠긴 채다. 수단, 미얀마, 예멘, 가자지구… 수많은 이름 없는 땅에서 사람들은 오늘도 집을 잃고 사랑을 잃는다. 이념과 이해, 경제와 영토를 둘러싼 갈등은 대화를 밀어내고, 인류의 평화는 거듭 뒤로 밀리고 있다.
그런 시대에, 서울과 타슈켄트가 서로를 향해 내민 것은 단지 ‘조용한 조각’이었다.
두 도시, 서로를 닮은 조각을 교환하다

2021년, 서울 서초구와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는 우정을 기념하는 조용한 약속을 주고받았다. 각자의 대표 인물을 상대 도시의 공원에 세우는 우호 조각 교환 프로젝트.
서울 서리풀공원에는 우즈베크 문학의 아버지 알리셰르 나보이의 흉상이, 타슈켄트 서울공원에는 한글과 과학의 상징 세종대왕의 동상이 조용히 자리잡았다.
이들은 단순한 외교적 형식이 아니다. 총성이 잦아들지 않는 세계에서, “이해하려는 노력”의 물리적 증거이며, 침묵으로 말하는 우정의 조각이다.

조각이 대신 전하는 말
푸르른 타슈켄트의 공원 중앙에 선 세종대왕은 말없이 언어와 소통의 중요성을 되새긴다. 반대로 서울의 공원 한 켠에 자리한 알리셰르 나보이는 시와 문학의 힘으로 우정을 건넨다.
서로의 얼굴을 품은 조각은 말없이 말한다.
“우리는 여전히 사람을 믿습니다. 언어를 이해하려 하고, 문화를 경청하며, 전쟁이 아닌 우정을 선택합니다.”
그 조각은 시민의 눈높이에서 바라보며 조용히 손을 내민다. 어쩌면 어느 회담의 합의문보다 더 직접적이고, 더 오래 남는 메시지일지도 모른다.
산타는 오늘, 조각이 되기로 했다
산타운동은 나눔을 행동으로 실천하는 사람들의 연대다. 그리고 그 실천은 때로는 조각처럼, 말없이 삶의 곁을 지킨다. 폭력이 아닌 평화, 적대가 아닌 환대, 무관심이 아닌 응시로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
서울과 타슈켄트의 조각처럼, 산타는 오늘도 침묵의 손길을 건넨다. 말이 아니라 태도로, 선언이 아니라 실천으로.
총 대신 조각을, 전쟁 대신 시를. 지금 이 시대의 가장 강한 언어는 어쩌면 ‘말 없는 손길’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