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의료 현장에서 만들어진 조용한 변화

미국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은 윤상혁 교수는 2007년 북한에 들어간 뒤, 2012년 평양의학대학 재활의학 교수로 임명되어 13년 동안 장애 아동 치료와 의료 교육에 참여했다. 그는 재활 분야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현지 의료진 교육·치료 시스템 구축·아동 재활 사례 연구 등을 지속해왔다.
윤 교수의 초기 활동은 일반 진료를 중심으로 시작됐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뇌병변·척추·발달장애 아동 재활로 영역이 확장됐다.
특히 한 아동이 장기간 재활훈련 끝에 보행 능력을 회복한 사례는 북한 의료진 사이에서도 큰 의미를 가진 경험으로 기록됐다. 이러한 사례들은 재활의학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서 치료 가능성에 대한 인식을 넓히는 계기가 되었다.
그는 단독으로 환자를 보거나 단기 치료만 제공하는 방식에 머물지 않고, 현지 의료진을 직접 양성하는 체계를 만들고자 했다. 이를 위해 교육 매뉴얼을 재정비하고, 치료 경과를 데이터로 정리해 대학 연구 시스템에 적용하는 과정을 주도했다.
이 방식은 지역 의료진이 장기적으로 장애 아동을 관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
북한에서 머무는 동안 윤 교수는 의료뿐 아니라 탁아소·유치원 지원, 지역 공동체 생활시설 운영, 그리고 현장에서 필요한 생활·교육 인프라를 정비하는 활동도 병행했다. 이는 의료 사역의 연장선이라기보다, 아동·가정·지역이 함께 회복되는 환경을 구축하는 실질적 접근으로 평가된다.
그가 겪은 어려움은 적지 않았다.
치료 장비·약품 부족, 질환별 전문 인력의 한계, 장기 치료를 위한 생활 기반 부재 등 현장 문제들은 반복적으로 부딪히는 현실이었다. 하지만 윤 교수는 현지 의료진과의 협업 방식을 통해 제한된 환경 안에서 가능한 절차와 치료 방식을 꾸준히 발전시켜왔다.
무엇보다 그가 강조한 것은 “장애 아동 재활은 단기간에 끝나는 치료가 아니라, 생활 전반을 함께 조정해야 하는 지속적 과정”이라는 점이다.
이 관점은 북한뿐 아니라 의료 인프라가 취약한 지역에서 재활 치료를 바라보는 방식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산타는 이 이야기를 들으며 한 사람이 만든 변화의 무게를 조용히 떠올렸다.
큰 기술보다 꾸준한 손길이 아이들의 일상에 길을 내는 순간들이 떠올랐다.
산타의 눈에는 윤 교수가 만든 변화가 ‘기적’이라기보다, 오랜 시간 쌓인 현장의 숙련과 끈기로 보였다.
누군가는 오늘 이 글을 통해 “환경이 어렵더라도 할 수 있는 일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했다.
그리고 산타 역시, 자신의 자리에서 작게라도 누군가의 회복을 돕는 일을 떠올려 보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