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보건소

동네 보건소의 재발견 -
주민 곁에서 건강을 지키는 최전선
지역 보건소가 조용한 변화를 이끌고 있다. 코로나19를 거치며 공공의료의 중요성이 새삼 부각된 이후, 동네 보건소는 단순한 예방접종 기관이나 민원 창구를 넘어 지역 주민의 ‘평생 건강 매니저’로 역할을 확장하고 있다.
최근 각 지자체가 보건소 기능을 재정비하고, 주민 맞춤형 서비스를 강화하면서 그 존재감은 한층 뚜렷해졌다.
우선 예방·건강관리 서비스의 고도화가 눈에 띈다.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 관리 프로그램은 이미 보건소의 대표 서비스로 자리 잡았지만, 최근에는 건강 코디네이터를 배치해 개인별 생활습관 분석과 운동·영양 상담까지 제공하는 곳이 늘고 있다.
특히 1인 가구 증가와 고령화가 맞물리면서 ‘찾아가는 방문건강관리’ 수요가 급증했다. 간호사와 사회복지사로 구성된 방문팀은 집안 환경, 복약 상태, 정신건강 위험 신호까지 살피며 취약계층의 건강을 촘촘히 지원한다.
또 하나의 변화는 심리·정신건강 서비스의 확대다. 스트레스, 우울, 고립감 문제는 이미 전세대를 아우르는 사회적 과제다. 이에 보건소들은 정신건강복지센터와의 협업을 강화해 우울선별 검사, 고위험군 상담, 자살예방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 예전에는 치료기관으로 바로 연계되는 중간 단계가 부족했지만 최근 보건소가 부담 없는 상담창구로 자리 잡으며 주민 접근성을 크게 높였다.
특히 성장기 아동·청소년과 부모를 위한 지역 기반 건강 프로그램도 활발하다. 비만 예방교실, 영양 교육, 청소년 흡연·음주 예방 프로젝트, 산후 우울증 검사와 모유수유 클리닉까지, 보건소는 가족 건강의 출발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일부 지자체는 영유아 발달 선별검사나 부모 교육을 정례화해 ‘초기 개입’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최근 가장 주목받는 지점은 지역사회와의 연결 플랫폼 기능이다. 보건소는 복지관, 학교, 체육시설, 노인복지센터 등과 연계해 생활권 단위의 건강 생태계를 만드는 역할을 맡고 있다. 예컨대 걷기 프로그램을 지역 공원과 연동하거나, 만성질환자를 대상으로 마을 운동반을 구성하는 식이다. 이전의 단순 교육 위주 방식에서 벗어나 생활 속 실천을 돕는 방식으로 진화한 것이다.
그러나 지역 보건소의 확장된 역할만큼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가장 큰 고민은 인력과 예산 부족이다. 폭증하는 수요에 비해 보건 인력은 여전히 제한적이며, 특히 방문건강관리나 정신건강 사업은 인력 의존도가 높아 운영 부담이 크다.
보건소가 복잡한 민원 처리까지 떠안으면서 본래의 예방·건강관리 기능에 집중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각 보건소 간 서비스 편차 역시 해소해야 할 과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네 보건소는 여전히 가장 가까운 공공의료기관이자, 주민들의 일상 속 돌봄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의료 접근성이 낮은 고령층에게는 첫 번째 상담 창구, 청년과 부모에게는 생활 속 건강 교육기관, 지역사회에는 협력 플랫폼으로 기능하며 시민 건강의 안전망을 넓히고 있다.
지역사회가 고령화와 정신건강 위험 증가, 만성질환 확대로 복잡해질수록 보건소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공공의료의 기초 단위로서 보건소의 활성화는 단순한 행정 개선이 아니라 주민 삶의 질을 지키는 투자이기 때문이다.
이제 동네 보건소는 다시 주목받고 있다. 조용하지만 가장 가까운 곳에서, 시민의 건강을 지켜내는 전초기지로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