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확산, 전 세대 문해력 저하

AI 시대의 역설 — 전 세대 문해력 저하 경고음
인공지능(AI)의 확산은 우리의 삶을 빠르게 편리하게 만들었지만, 그 이면에서 ‘읽기 능력’이라는 근본적 역량이 약화되고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긴 글을 끝까지 읽고 의미를 파악하는 문해력이 전 세대에 걸쳐 저하되고 있다는 점은 교육 현장과 사회 전반에서 공통적으로 제기되는 문제다.
최근 학교 현장에서는 학생들이 교과서의 긴글지문을 부담스러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서울의 한 중학교 국어 교사는 ‘학생들이 두세 문단만 넘어가도 집중력이 급격히 떨어진다’며 ‘핵심만 요약된 자료나 영상 설명에는 익숙하지만 맥락을 따라가며 읽는 훈련은 매우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이러한 현상은 학생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직장인과 중·장년층 역시 긴 보고서나 신문 기사를 끝까지 읽기보다, 요약본이나 AI가 정리해 준 핵심 문장만 소비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IT 기업에 근무하는 40대 직장인 A씨는 ‘업무 효율은 높아졌지만, 긴 글을 직접 읽는 일이 점점 귀찮아진다’며 ‘어느 순간부터 스스로 사고하며 읽는 힘이 약해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의 핵심 원인으로 AI 의존적 정보 소비를 지목한다.
AI 요약 서비스와 자동 추천 콘텐츠는 정보를 빠르게 전달하지만, 독자가 스스로 문장을 해석하고 논리를 따라가야 할 필요성을 줄인다. 한 교육심리 전문가는 ‘문해력은 단순히 글자를 읽는 능력이 아니라, 맥락을 이해하고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힘’이라며 ‘짧고 자극적인 정보에만 노출될 경우, 뇌는 깊은 독해를 위한 훈련 기회를 잃게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우려되는 점은 세대 간 격차가 아닌 전 세대 동시 저하 현상이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청소년뿐 아니라, 스마트폰과 AI 도구를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성인과 노년층까지 비슷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학에서 글쓰기 강의를 맡고 있는 한 교수는 ‘대학생들뿐 아니라 성인 학습자들도 긴 글을 쓰고 읽는 데 큰 부담을 느낀다’며 ‘이는 사회 전체의 사고 깊이가 얕아질 수 있다는 신호’라고 지적했다.
대안으로 전문가들은 의도적인 긴 글 읽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단순한 정보 습득이 아닌, 서사와 논리가 살아 있는 글을 꾸준히 읽는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교육 현장에서는 하루 10~20분이라도 종이책이나 장문 텍스트를 읽는 시간을 확보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처음엔 힘들어하던 아이들도 반복적으로 긴 글을 읽다 보면 점차 집중력이 회복된다’고 말했다.
AI는 도구일 뿐, 사고의 주체를 대신할 수는 없다. 편리함에 익숙해질수록 인간 고유의 읽기 능력과 사유의 깊이를 지키려는 노력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문해력 저하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지적 기반을 흔드는 구조적 과제다. AI 시대일수록 ‘천천히, 끝까지 읽는 힘’을 되살리는 일이 우리 모두에게 요구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