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기획 / 신입이 사라지고 있다

신입이 사라지는 시대
공채의 종말과 ‘경력 신입’ 사회
국내 채용 시장에서 ‘신입사원 공개채용’이라는 단어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수시채용과 경력 중심 채용이 보편화되면서,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한 청년들에게 완전한 신입이라는 지위는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다. 기업들은 즉시 투입 가능한 인재를 원하고, 그 결과 등장한 것이 이른바 ‘경력 신입’이다. 이는 단순한 채용 방식의 변화가 아니라 AI 시대의 노동 구조 전환과 맞물린 사회적 현상이다.
공채는 왜 사라졌나
기업들이 공채를 줄이는 가장 큰 이유는 속도와 효율성이다. 과거 공채는 장기적 인재 육성을 전제로 했다. 그러나 인공지능(AI), 데이터, 자동화 기술이 빠르게 현장에 적용되면서 기업 환경은 예측 불가능해졌다. 신입을 뽑아 1~2년 교육시키는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판단이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전통적인 공채 틀을 유지하되, 직무별 수시 선발과 실무 테스트 비중을 대폭 확대했다.
네이버 역시 대규모 공채 대신 프로젝트 단위 채용과 경력직 중심 선발을 강화하고 있다.
기업 인사 담당자들은 ‘AI 도입으로 업무 구조가 바뀌면서 신입에게 맡길 수 있는 범용 업무 자체가 줄었다’고 설명한다.
‘경력 신입’의 그늘
문제는 이 변화의 부담이 고스란히 청년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학을 갓 졸업한 구직자에게 기업은 ‘경력 같은 신입’을 요구한다. 인턴, 프로젝트, 스타트업 경험, 각종 포트폴리오가 사실상의 필수 조건이 됐다.
취업 준비생 김모 씨(26)는 ‘신입 공고인데도 관련 경력 1~3년 우대라는 문구가 빠지지 않는다’며 ‘결국 졸업 후에도 무급 인턴이나 단기 계약직을 전전하게 된다’고 토로했다.
이는 청년층의 취업 지연, 소득 공백, 결혼·출산 포기로 이어지는 구조적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AI 시대와 신입 축소의 연결고리
AI는 반복적이고 정형화된 업무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과거 신입사원이 맡던 문서 정리, 데이터 입력, 단순 분석 업무는 이제 자동화 대상이 됐다. 대신 기업은 문제 해결 능력, 도메인 지식, AI를 활용한 실무 경험을 요구한다.
노동경제 전문가들은 이를 ‘신입의 소멸이 아니라 학습 책임의 외주화’라고 표현한다. 기업이 내부 교육을 줄이는 대신, 대학·개인·사교육 시장에 그 비용을 떠넘기고 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사회 전체의 교육·훈련 비용은 늘어나지만 책임 주체는 불분명해진다.
해외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해외에서도 공채 축소 흐름은 공통적이지만 대응 방식은 다르다.
Google은 학력보다 실무 역량을 중시하면서도 신입을 위한 ‘주니어 트랙’을 별도로 운영한다. AI 도구를 활용한 교육 과정을 사내에 구축해 입사 후 일정 기간을 학습에 집중하도록 설계했다.
독일은 이원화 직업교육제도를 통해 기업이 교육 책임을 분담한다. 학생 신분과 근로자 신분을 동시에 보장하며, 기업은 장기적 인력 확보라는 이익을 얻는다. 즉, 채용 유연화 속에서도 신입 진입로 자체를 없애지는 않는다는 점이 한국과의 차이다.
사회적 파장은 어디까지인가
신입 채용 축소는 단순히 취업 문턱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노동 시장의 세대 단절, 중소기업 인력난 심화, 청년층의 사회 이동성 약화로 이어진다.
특히 대기업이 경력 중심 채용으로 이동할수록, 청년은 중소기업·플랫폼·프리랜서 영역에서 ‘준경력’을 쌓아야 하는 압박을 받는다.
전문가들은 ‘이 흐름이 지속되면 정규직 내부 노동시장은 더욱 폐쇄되고, 외부 청년층은 주변부에 고착될 위험이 크다’고 경고한다.
해법은 없는가

전문가들은 ▲신입·주니어 트랙 제도화 ▲기업의 직무 교육 세제 지원 ▲대학-기업 연계 실습 강화 ▲AI 활용 역량의 공공 교육 확대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중요한 것은 ‘공채의 부활’이 아니라, 신입이 사회로 진입할 수 있는 통로를 유지하는 것이다.
AI 시대의 채용 변화는 피할 수 없다. 그러나 그 변화가 청년 세대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굳어질 것인지, 새로운 성장 경로를 여는 방향으로 설계될 것인지는 사회의 선택에 달려 있다. ‘신입이 사라지는 사회’는 결국, 미래를 스스로 닫는 사회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