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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 권의 책 | 헤르만 헤세 “싯타르타”

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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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가르침이 아니라 스스로 살아내는 것이다
강물은 오늘도 흐른다. 우리의 삶도 그렇게 흘러간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빨리 흘러가느냐가 아니라 그 모든 순간을 자신의 삶으로 받아들이며 끝내 자기만의 강을 이루는 일인지도 모른다.

헤세의 《싯다르타》

인생, 잘못 걸어온 길도 길이다

 

우리는 평생 누군가에게 배운다. 부모에게 삶의 태도를 배우고, 학교에서 지식을 배우며, 책과 사람을 통해 세상을 이해한다. 그러나 아무리 많은 것을 배워도 대신 배울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자신의 인생이다.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는 이 단순하면서도 깊은 진실을 찾아가는 한 인간의 이야기다.

 

정답을 버리고 길을 떠나다

 

주인공 싯다르타는 총명하고 지혜로운 청년이다. 그러나 이미 주어진 가르침만으로는 마음의 갈증을 채울 수 없었다. 그는 안락한 삶을 떠나 수행자가 되고, 마침내 깨달음을 얻은 고타마를 만난다.

 

하지만 싯다르타는 그 위대한 스승 곁에 머물지 않는다. 깨달음은 가르쳐 줄 수 있는 지식이 아니라 스스로 살아내며 얻어야 하는 것임을 어렴풋이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의 선택은 이후 긴 방황으로 이어진다. 사랑을 경험하고 돈을 벌며 세속적인 성공과 쾌락에도 빠져든다. 수행자의 청빈함과는 정반대의 삶이다. 결국 그는 자신이 그토록 경계했던 욕망의 세계에서 길을 잃고 만다.

그러나 헤세는 그 방황을 실패라고 단정하지 않는다.

 

강물 앞에서 인생을 배우다

 

모든 것을 내려놓은 싯다르타가 도착한 곳은 강가다. 그곳에서 뱃사공 바주데바를 만나고, 흐르는 강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한다.

 

강물은 계속 흘러가지만 강은 사라지지 않는다. 지나간 물과 지금 흐르는 물, 앞으로 흘러올 물이 하나의 강을 이룬다. 인간의 삶도 마찬가지다. 젊은 날의 실수와 오늘의 후회, 기쁨과 슬픔, 만남과 이별은 서로 떨어진 조각이 아니라 한 사람의 생을 이루는 과정이다.

 

싯다르타는 마침내 자신의 방황까지도 받아들인다. 잘못 걸어온 길이라고 생각했던 시간마저 지금의 자신을 만든 소중한 삶이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인생에는 버릴 시간이 없다

 

《싯다르타》가 한 세기가 지난 오늘까지 읽히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우리는 지나간 시간을 돌아보며 조금만 더 현명했더라면, 다른 길을 선택했더라면 하고 후회한다. 

 

그러나 인생에는 정답만 있는 길도, 실패만 남는 길도 없다. 넘어져 본 사람은 일어서는 법을 알고, 잃어본 사람은 소중함을 알며, 외로움을 지나온 사람은 곁에 있는 사람의 온기를 알아본다.

 

젊은 날에는 목적지에 빨리 도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세월이 흐르면 조금씩 알게 된다. 목적지만큼 중요한 것이 그곳까지 걸어온 시간이었다는 사실을.

 

헤세의 《싯다르타》는 우리에게 더 많은 지식을 가지라고 재촉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삶을 온전히 바라보고 귀 기울이라고 말한다.

 

인생은 누군가 대신 살아줄 수 없다. 행복도 사랑도 슬픔도 결국 내가 지나가야 한다. 그렇게 웃고 울고, 만나고 헤어지고,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면서 우리는 조금씩 자기 자신에게 가까워진다.

강물은 오늘도 흐른다.

우리의 삶도 그렇게 흘러간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빨리 흘러가느냐가 아니라 그 모든 순간을 자신의 삶으로 받아들이며 끝내 자기만의 강을 이루는 일인지도 모른다.


 

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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