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12년 만에 소방관 찾아온 예비 신부 김예빈 씨

“아저씨가 빨리 와주신 덕분이에요.”
12년 전 화재 현장에서 극적으로 구조된 여고생이 약사가 되어 결혼을 앞두고 자신을 구해준 소방관을 찾아왔다. 김예빈(28) 씨는 10월 11일 오전 경기도 의정부시 경기북부119특수대응단에서 채종영(39) 소방위를 만나 오랫동안 간직해 온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김 씨는 2014년 5월 26일 발생한 고양종합터미널 화재의 생존자다. 당시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그는 체험학습을 앞두고 약을 사기 위해 터미널 지하로 내려갔다가 화재에 휘말렸다.
불길과 유독가스가 순식간에 건물 내부로 퍼졌다. 9명이 목숨을 잃은 참사였다.
당시 24시간 근무를 마치고 퇴근하려던 채 소방위는 비상 연락을 받고 현장으로 달려갔다. 지하에서 의식을 잃은 김 씨를 발견했지만, 옷과 머리카락이 에스컬레이터에 끼어 구조가 쉽지 않았다.
채 소방위는 도끼로 에스컬레이터 일부를 부수고 김 씨의 머리카락까지 잘라낸 끝에 그를 구출했다.
김 씨가 다시 눈을 떴을 때는 병원 중환자실이었다.
생명은 건졌지만 회복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심한 다리 화상으로 여섯 차례 수술을 받았고, 재활 치료에만 약 3년이 걸렸다. 제대로 걷기 어려울 수 있다는 말도 들었다.
힘겨운 치료 과정에서 김 씨의 삶을 바라보는 생각도 달라졌다. 자신의 성공만을 중요하게 여기던 학생은 가족과 의료진, 소방관을 비롯한 많은 사람의 도움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경험은 진로 선택에도 영향을 주었다.
김 씨는 다른 사람을 돕는 일을 하고 싶어 약사의 길을 택했다. 대학 시절에는 봉사활동에 참여했고, 약사가 된 지금도 월급의 일부를 기부하고 있다.
12년 만의 만남은 결혼을 준비하던 중 성사됐다. 김 씨가 생명의 은인에게 직접 감사하고 싶다는 뜻을 전하자 예비 남편 전우종(34) 씨가 소방서에 연락해 채 소방위를 찾아낸 것이다.
![김예빈씨가 2014년 고양종합터미널 화재 뒤 병상에서 2차 수술을 앞두고 채종영 소방관에게 쓴 감사편지. [사진제공 경기도북부소방재난본부]](https://santanews.cdn.presscon.ai/prod/140/images/20261012/1791742477430_856004766.jpg)
이날 김 씨는 과거 병상에서 두 번째 수술을 앞두고 작성했던 감사 편지를 다시 꺼냈다. 그리고 채 소방위 앞에서 당시의 글을 직접 읽어 내려갔다.
편지에는 자신이 살아 있다는 사실이 기적처럼 느껴진다는 고백과 함께, 신속하게 구조해 준 소방관을 향한 감사가 담겨 있었다.
김 씨는 건강을 기원하며 경옥고를 선물했다. 채 소방위도 특별한 선물을 준비했다. 예비부부의 행복한 결혼생활을 바라며 퇴근 후 며칠 동안 직접 그린 원앙 그림이었다.
채 소방위는 위험에 처한 사람을 구하는 것은 소방관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는 뜻을 전했다. 무엇보다 자신이 구조했던 사람이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소식이 고맙고 기쁘다고 했다.
2014년 화재 현장에서 구조된 열여섯 살 소녀는 이제 스물여덟 살의 약사가 됐다. 결혼을 앞둔 그는 인생의 새로운 출발점에서 12년 전 자신을 살려준 소방관을 다시 만났다.
채 소방위가 건넨 원앙 그림에는 두 사람의 앞날을 축복하는 마음이 담겼다. 김 씨는 그 그림과 함께, 오래전 병상에서 전했던 감사의 인사를 다시 한번 가슴에 새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