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러 나왔다가 쓰레기부터”…거리 청소에 나선 8세·6세 남매와 청주 청년 이현수 씨
놀이터 대신 쓰레기봉투를 든 남매
거리의 모습이 시민의식을 보여준다.
누군가 버린 담배꽁초에 다른 사람까지 쓰레기를 보태면 거리는 금세 지저분해진다. 정부의 철저한 단속도 중요하지만, 깨끗한 거리는 무엇보다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않는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의식에서 시작된다.
놀이터로 향할 나이에 장갑과 비닐봉지를 챙겨 거리로 나온 남매가 있다. 인천 남동구에 사는 8세 오빠와 6세 여동생이다. 두 아이는 지난 10월 10일 동네에 버려진 쓰레기를 직접 주워 담았다. 충북 청주에서는 청년 자영업자 이현수 씨가 약 1년째 거리 청소를 실천하고 있다. 서로 다른 지역에서 시작된 이들의 행동이 깨끗한 거리와 시민의식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11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어린 남매의 사진과 함께 이들의 선행을 소개하는 글이 올라왔다.
봉사단체에서 활동하는 작성자 A씨는 전날 인천 남동구에서 첫 환경정화 활동을 하던 중 우연히 두 아이를 만났다. 남매는 어른의 지시나 봉사활동 과제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 거리의 쓰레기를 줍고 있었다.
이유를 묻자 오빠는 동생과 밖에서 놀려고 나왔다가 길거리에 쓰레기가 많아 장갑과 비닐봉투를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공개된 사진에는 쓰레기가 담긴 비닐봉지를 든 오빠와 그 곁에 나란히 선 여동생의 모습이 담겼다. 어린아이가 들기에도 제법 무거워 보이는 봉투였다.
A씨는 아이들의 행동을 칭찬하면서도 깨끗한 거리를 물려주지 못한 어른으로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고 밝혔다. 남매의 부모에게도 아이들을 훌륭하게 키웠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어린 남매의 마음씨를 칭찬하며 어른들도 배워야 할 행동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1년째 청주 거리를 청소하는 청년 이현수 씨

비슷한 실천은 충북 청주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청주에서 자영업을 하는 이현수 씨는 약 1년 전부터 도심 곳곳에 버려진 쓰레기를 직접 치우고 있다.
그가 거리 청소를 시작한 계기는 특별한 행사가 아니었다. 매일 아침 가게 주변을 걷다가 길거리에 쌓인 쓰레기를 보고 직접 나서기로 한 것이다.
형광색 조끼를 입고 상가 주변의 담배꽁초를 하나씩 줍는 모습이 SNS에 공개되면서 관심이 쏠렸다.
CJB청주방송의 12일 보도에 따르면 관련 영상은 하루 만에 조회수 65만 회에 육박했고, 5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이 씨는 '청주 클린 100일 챌린지' 등 자발적인 환경정화 활동을 펼쳐왔다. 일회성 봉사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생활권에서 꾸준히 청소를 실천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쓰레기를 줍는 사람보다 버리지 않는 사람이 많아져야
그러나 청주 도심의 현실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음식점과 술집이 밀집한 청주 율량동 일대에는 밤사이 버려진 담배꽁초가 낮까지 남아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인근 상인들은 매일 아침 반복되는 쓰레기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환경단체 역시 시민들의 무단투기 개선과 함께 행정기관, 관련 기업의 수거시설 확충 등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인천의 어린 남매와 청주의 이현수 씨가 보여준 행동은 출발점이 다르지만 방향은 같다. 자신이 생활하는 동네를 깨끗하게 만들기 위해 먼저 움직였다는 것이다.
두 아이는 놀러 나온 길에 쓰레기를 주웠고, 이 씨는 일터 주변을 청소하는 일을 일상으로 만들었다.
어른들이 무심코 버린 쓰레기를 어린 남매가 주워 담고, 밤새 쌓인 담배꽁초를 청년 자영업자가 치우는 현실.
이들이 들고 나온 작은 쓰레기봉투가 더는 필요하지 않은 거리, 그것이 이들의 선행에 우리가 보낼 수 있는 가장 좋은 응답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