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밤, 가볍게 자도 될까요?”…

연일 이어지는 폭염과 열대야로 잠 못 이루는 밤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무더위 속, 수면의 질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쏟아지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이너웨어를 착용하지 않고 자는 것만으로도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통풍과 위생에 유리… "몸을 가볍게 하면 더 편하다"
스페인에서 활동 중인 마취과 전문의 다비드 칼레호 박사는 “특히 여름철에는 몸을 조이지 않는 상태로 자는 것이 위생적이고 건강에 유익할 수 있다”며 “이너웨어 없이 자면 민감 부위의 통풍이 잘 되어, 습기와 열이 차지 않고 곰팡이성 감염이나 피부 트러블을 예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밀폐된 환경보다 통기성이 좋은 조건은 세균이나 곰팡이의 번식을 억제하는 데 유리하다. 더운 여름에는 땀에 젖은 이너웨어가 오히려 자극이 될 수 있어, 이를 피하기 위한 대안으로 ‘이너웨어 없이 수면’이 제시되고 있다.
생식 건강·호르몬에도 긍정적 영향
국내 비뇨기과 전문의 이영진 원장 역시 “이너웨어를 착용하지 않고 자면 신체가 더 자연스럽게 이완되고, 옥시토신이라는 ‘사랑 호르몬’ 분비가 촉진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옥시토신은 스트레스 완화, 면역력 증가, 유대감 증진 등 다양한 생리적 작용을 돕는 호르몬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남성의 경우 정자의 질 향상에, 여성은 통풍 효과를 통해 질염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미국의 연구 결과에서도 이너웨어 없이 자는 남성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생식 건강 지표가 더 좋게 나타난 바 있다.
숙면에도 효과… “체온 낮추면 더 쉽게 잠든다”
이영진 원장은 “사람이 깊은 잠에 들기 위해서는 체온이 평소보다 약간 낮아져야 하는데, 이너웨어 없이 자면 체온이 자연스럽게 떨어져 숙면에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체온이 내려가면 뇌는 이를 수면 신호로 인식하고, 멜라토닌 등의 수면 호르몬을 활발히 분비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여름철엔 두꺼운 잠옷이나 조이는 속옷보다 통기성이 좋은 헐렁한 복장, 또는 최소한의 이너웨어 착용이 보다 편안한 수면 환경을 제공한다고 조언한다.
하지만 예외도 있어… “체질 따라 조절해야”
모든 사람에게 이 방법이 적합한 것은 아니다. 이 원장은 “과민성 대장 증후군이나 자궁 관련 질환이 있는 경우, 오히려 증상이 악화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땀을 많이 흘리거나, 생리 전후인 여성의 경우 위생 관리가 어려워질 수 있다. 에비뉴여성의원 조병구 원장은 “특정 시기에는 통풍이 잘 되는 소재의 이너웨어를 착용하거나 가벼운 수면복으로 조절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전문가 조언 요약: “몸에 맞게 유연하게 선택하라”
전문가들은 “이너웨어 없이 자는 것이 모든 사람에게 필수는 아니지만, 본인의 건강 상태나 체질에 맞게 선택한다면 여러 면에서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특히 열대야로 수면의 질이 떨어지는 여름철에는, 불쾌지수를 낮추고 숙면을 유도하는 방법으로 한 번쯤 고려해볼 만하다.
몸 상태에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오늘 밤만큼은 꽉 끼는 이너웨어 대신 편안하고 시원한 복장으로 수면의 질을 높여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