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공정과 정의를 말하다

• 2030세대가 ‘귀멸의 칼날’에 열광하는
이유 - 정의·공정에 목마른 시대의 감정 대리인
도시의 지하철과 카페, 퇴근길의 이어폰 속까지 파고든 작품이 있다. 일본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이다.
2020년 이후 꾸준히 국내 OTT 상위권을 차지하며, 특히 한국의 2030세대에게서 열광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단순한 액션물이 아닌데도 왜 이들은 이 작품에 깊이 반응하는가. 전문가들은 ‘2030세대의 심리적 현실과 작품 속 정의·공정의 서사가 절묘하게 맞물린 결과’라고 분석한다.
우선, 2030세대는 ‘불공정’에 가장 예민한 세대로 꼽힌다. 취업, 집값, 경쟁, 계층 이동이 어려워진 현실 속에서 그들은 노력해도 보상이 오지 않는 구조적 벽을 매일 체감한다. 그러다 보니 ‘따뜻한 정의’가 구현되는 서사에 강하게 끌린다는 설명이다.
‘귀멸의 칼날’의 주인공 탄지로는 악을 무찌르는 단순한 영웅이 아니다. 그는 가족을 잃은 고통을 딛고 약자를 지키기 위해 싸우고, 심지어 적(鬼)에게도 인간적 연민을 잃지 않는다. 이는 2030세대가 바라던 정의로운 강함의 이상형과 닮아 있다.
2030세대에게 정의란 더 이상 일방적인 승리가 아니다. 강자의 폭력이 아닌, 약자를 위한 사려 깊은 선택과 절제다.
작품 속 귀살대원들이 보여주는 ‘기술보다 마음가짐이 강함을 만든다’는 메시지는 실력을 갖추어도 기회를 얻기 어려운 현실의 청년들에게 강한 위로로 작용한다.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장면들은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자존감을 잃기 쉬운 2030세대의 마음에 공명한다.
공정의 측면에서도 작품은 중요한 요소를 제공한다. 귀살대 조직은 출신 배경과 가문이 아닌 개인의 실력과 노력으로 평가받는다.
개인의 약점이 성장의 계기가 되고, 실전에서 성과를 내면 누구에게도 인정받는 구조다. 이는 능력주의가 작동하는 세계를 갈망하는 청년들의 이상과 맞닿는다.
현실에서는 공정이 종종 특권·불평등에 가려지지만, 작품 속 세계에서는 규칙이 명확하고 예외가 없다. 정해진 룰 안에서 묵묵히 수행을 해내면 반드시 성장할 수 있다는 확신은 현실의 불투명함과 대비되며 더욱 강한 매력을 발한다.
2030세대가 특히 주목한 것은 ‘인간의 존엄성과 선택’이라는 묵직한 메시지다. 귀(鬼)들도 처음부터 악이 아니었으며, 어떤 선택이 그들을 변하게 했는지 세밀하게 보여준다.
선악을 단순히 양분하지 않고, ‘왜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가’를 들여다보는 서사는 세대 전체가 중요하게 여기는 이해·공감의 가치와 겹친다.
2030세대는 폭력적인 영웅담보다 복잡한 삶을 인정하는 서사에 더 깊이 반응한다.
전문가들은 이를 ‘2030세대가 추구하는 정의의 새로운 형태’로 정의한다.
과거의 정의가 악을 처단하는 강한 힘이었다면, 오늘날 청년들이 바라는 정의는 사람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공정한 구조다. 이를 충족시키는 작품이 바로 ‘귀멸의 칼날’이라는 분석이다.
콘텐츠가 단순한 오락을 넘어 세대의 감정과 사회적 구조에 대한 욕망을 반영할 때, 그 열광은 사회적 현상으로 확장된다. 2030세대의 ‘귀멸의 칼날’ 열풍 또한 그런 맥락에서 읽혀야 한다. 이는 단순한 문화 취향이 아니라,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이 간절히 찾는 가치—정의, 공정, 연민—의 또 다른 표출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