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병장 후손 병원장, 독립유공자 딸의 치료비 전액 지원한 사연
![왼쪽부터) 이대영 새길병원장, 배국희 전 미주 광복회 회장, 이윤옥 인천대 박사 [사진제공 새길병원]](https://santanews.cdn.presscon.ai/prod/140/images/20251121/1763728050595_664857296.jpg)
서울의 한 병원에서 지난 12일, 막대한 비용 때문에 수술을 미루던 독립유공자 후손에게 전액 치료비 면제가 결정됐다. 새길병원의 이대영 병원장이 약 2천만 원의 수술비 지원을 즉시 결정하면서다. 이 병원장은 구한말 의병장 이만도 선생의 직계 후손이다.
82세의 배국희 전 미주 광복회 회장은 독립유공자 배경진 지사의 딸이다. 미국에서 생활해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던 그는 척추 협착증이 악화돼 결국 국내 병원을 찾았지만, 의료비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배 전 회장은 평생 독립운동 선양과 후손 돌봄 활동에 앞장섰다. 미주 광복회와 대한인국민회에서 활동했고, 2019년에는 기여를 인정받아 ‘대한민국 100년상’을 수상했다. 당시 받은 상금 3천만 원도 장학금으로 모두 내놓았다.
하지만 병세가 심해진 지난해부터 미국 내에서 적절한 병원을 찾지 못했고, 국내에 연고도 없어 치료가 계속 미뤄졌다. 상황을 안타깝게 여긴 인천대 독립운동사연구소의 이윤옥 박사는 임시 보호자를 자처하며 모금 활동까지 나섰지만 충분한 금액을 모으기 어려웠다.
병원 측에 마지막 기대를 걸고 보낸 한 통의 편지가 흐름을 바꿨다. 편지를 읽은 이대영 병원장은 독립유공자 후손의 현실을 알고 “원장이 직접 지원하겠다”고 의료비 전액 면제를 결정했다. 병원은 “의병장 이만도 선생의 삶을 기리는 마음에서 도의적 책임으로 돕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만도 선생은 1910년 국권 피탈 후 단식 투쟁 끝에 순국한 인물이다. 병원장은 자신이 이어받은 그 정신을 “누군가에게 실질적인 도움으로 돌려주고 싶었다”고 주변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결정은 한 개인의 배경이나 명예보다 ‘책임 있는 연대’의 의미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환자는 현재 회복 중이며, 함께 지켜본 연구진과 의료진은 “이런 연대가 더 넓게 이어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따뜻한 도움은 거창한 보상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무너진 시간을 다시 일으키려는 작은 결단에서 비롯된다.
병원 복도에 앉아 이 이야기를 들은 산타는 이렇게 생각했다.
‘선행은 크고 화려할 필요가 없고, 단지 제때 도착하면 된다.’
그는 의료진의 행동에서 오래된 정의감을 보았고,
오늘도 누군가의 아픔 곁으로 가야 할 이유를 다시 확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