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와 ARMY로 보는 팬덤 문화 - 1
산타뉴스 기획연재
글 | 남철희 산타뉴스 편집장
2013년 6월
세계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낯선 이름이었다. 방탄소년단(BTS).
RM, 진, 슈가, 제이홉, 지민, 뷔, 정국.일곱 명의 청년이 한 팀으로 세상에 나왔다.
오늘날 세계적인 스타가 된 BTS를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믿기 어려운 이야기일 수 있다.
그러나 BTS의 시작은 처음부터 화려하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이미 세계적인 무대가 준비되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처음부터 세계가 그들의 음악에 귀를 기울였던 것도 아니다.
오히려 그들은 자신들이 누구인지,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지를
음악으로 하나씩 증명해 가야 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중요한 것이 하나 생겼다.
팬과 아티스트 사이의 관계였다.
음악은 '나'의 이야기에서 시작됐다
BTS의 음악을 이해하려면 화려한 성공보다
먼저 그들이 어떤 이야기를 노래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청춘의 불안.
꿈과 현실의 충돌.
사회가 요구하는 기준.
실패와 좌절.
그리고 자신을 사랑하는 법.
특히 시간이 흐르면서 BTS의 메시지는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고 사랑하자는 이야기로 깊어졌다.
2017년 시작된 UNICEF와의 LOVE MYSELF 캠페인은
그 흐름을 사회적 실천으로 확장한 중요한 사례였다.
BTS와 BIGHIT MUSIC은 폭력과 학대, 괴롭힘을 줄이고
어린이와 청소년의 자존감과 행복을 돕기 위해 UNICEF와 함께 캠페인을 시작했다.
UNICEF에 따르면 이 캠페인은 이후 전 세계로 확산됐고, 2021년까지 약 500만 건의 트윗과
5천만 건 이상의 참여를 만들어냈으며, 당시까지 360만 달러를 모금했다.
여기에서 우리는 앞으로 계속 살펴볼 중요한 단서를 발견한다.
BTS의 음악과 메시지는 팬들에게 단순히 '듣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나를 사랑하라"에서 "너의 목소리를 내라"로
2018년 유엔총회.
BTS의 리더 RM은 세계의 청소년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말했다.
자신도 한때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틀에 자신을 맞추려 했고,
음악이 자신을 다시 깨우는 하나의 피난처가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자신의 부족함과 실수까지 받아들이면서 조금씩 자신을 사랑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여기서 BTS의 메시지는 한 단계 더 나아간다.
“Love yourself.”
그리고
“Speak yourself.”
자신을 사랑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찾으라는 것이다.

이것은 단순한 유행어가 아니었다.
BTS 자신이 걸어온 길과 맞닿아 있었다.
처음부터 완벽했던 사람들이 아니라, 흔들리고 실패하면서도
자신들의 이야기를 음악으로 만들어 온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팬들은 자신들의 삶을 BTS의 노래에 겹쳐볼 수 있었다.
“저 이야기가 내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 순간 가수와 팬 사이에는 단순한 소비 관계와는 다른 무언가가 만들어진다.
공감이다.
공감은 신뢰가 된다
사랑과 신뢰의 관계.
팬은 단순히 노래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이 사람들이 내가 힘들 때 내 마음을 이해해 주었다.”라는 경험을 갖게 될 수 있다.
그 경험이 반복되면 신뢰가 생긴다.그리고 신뢰는 놀라운 힘을 갖는다.
곁에 없어도 믿을 수 있게 한다.
오랫동안 만나지 못해도 기다릴 수 있게 한다. 시간이 흘러도 기억하게 한다.
BTS가 2020년 코로나19 상황에서 전한 메시지에서도 이러한 관계가 잘 나타난다.
멤버들은 투어가 취소되고 세상이 갑자기 좁아졌던 시기에
서로를 위로하며 음악을 만들었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자신들의 노래가 다른 사람들에게 힘이 될 수 있다면 계속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그들의 말 가운데 중요한 것은 “나”에서 “우리”로의 이동이다.
나를 사랑하고,
너를 이해하고,
우리가 서로에게 힘이 되는 것.
바로 이 지점에서 BTS의 음악은 개인의 감정을 넘어 관계의 언어가 된다.
그리고 ARMY가 나타났다
BTS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스스로를 ARMY라고 부른다.

그 이름은 단순한 팬클럽 명칭을 넘어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의 거대한 글로벌 공동체를 의미하게 됐다.
UNICEF 역시 BTS가 전 세계 팬들을 ARMY라는 이름으로 하나로 묶어왔으며,
LOVE MYSELF 캠페인에서 팬들의 행동과 열정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여기에서 아주 중요한 변화가 발생한다.
처음에는 BTS가 노래한다. 팬이 듣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BTS가 메시지를 전한다.
팬이 공감한다.그리고 팬이 자신의 삶에서 그 메시지를 실천하기 시작한다.
이것이 이번 연재에서 우리가 추적할 핵심적인 변화다.
팬은 나이를 먹는다.
한 가지 흥미로운 현상이 있다. 나이가 들어도 기억은 사라지지 않는다
10대였던 사람이 20대가 되고,20대였던 사람이 30대가 된다.
직장을 갖고,결혼을 하고,아이를 키우기도 한다.
그런데도 어떤 음악은 사라지지 않는다.
왜일까?
그 음악을 들었던 당시의 자신의 삶까지 함께 기억하기 때문일 것이다.
처음 BTS를 만났던 시절.힘들었던 어느 날.친구와 함께 들었던 노래.
어머니와 딸이 함께 공감했던 음악.
그리고 인생의 어느 순간 자신을 위로했던 한 문장.
그때의 감정은 시간이 지나도 남는다.
그래서 팬덤은 단순히 현재의 소비행위가 아니라 때로는 자신의 인생을 기억하는 방식이 된다.
저는 이것이 BTS와 ARMY를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기다렸을까?
이 질문은 다음 편으로 넘어가는 중요한 문이다.
BTS는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그리고 세계 정상의 자리에 올라선 뒤에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시간을 맞았다.
그동안 무대에서 일곱 명을 한꺼번에 볼 수 없게 됐다.
그런데 ARMY는 기다렸다.
왜였을까?
단순히 인기 있는 가수를 기다린 것일까.
아니면 그보다 깊은 무엇이 있었던 것일까.
어쩌면 팬들이 기다린 것은 일곱 명의 스타만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자신의 젊은 시절. 힘들었던 시간을 견디게 해준 음악.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웠던 기억.
그리고 그 음악을 통해 맺어진 사람들과의 관계.
그 모든 것을 기다린 것은 아니었을까.
제1부를 마치며
BTS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오히려 이제부터가 우리가 탐구해야 할 이야기의 시작이다.
음악이 마음을 움직이고,마음이 신뢰를 만들고,신뢰가 기다림을 가능하게 하고,
기다림이 다시 만남으로 이어졌을 때,그 사랑은 과연 어디로 향하게 되는가.
다음 편에서 우리는 그 답을 찾아간다.
제2부
세계 정상에 선 일곱 사람,
그리고 국민의 의무― 가장 뜨거운 순간에 그들은 왜 기다림을 선택했는가
그리고 그다음부터 우리는 BTS의 공백을 지켜본 ARMY의 시간으로 들어간다.
그곳에서 이번 연재의 핵심 단어인 사랑·신뢰·기다림을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