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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야, 사랑해” - 어느 호스피스 병실 환자가 남긴 마지막 말

류재근 기자
입력
우리는 무엇으로 사는가
오늘 아직 늦지 않았다면 지금 전하자.  “고마워” “미안해요” “사랑해”

“지혜야, 사랑해”

 

죽음 앞에서도 놓지 못한 한 어머니의 마음

―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산타뉴스 | 휴먼스토리]

 

편집자주 | 사람은 무엇으로 살아가는가. 돈과 명예, 건강까지 모두 내려놓는 순간에도 남는 것은 결국 누군가를 향한 기억일지 모릅니다. 호스피스 병동에서 생의 마지막 열흘을 보내며 자녀를 향한 마음을 다이어리에 남기고 떠난 한 어머니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미루어온 관계의 의미를 돌아봅니다.
 

짧은 시간 동안 가장 많이 떠올린 이름

 

“지혜야, 사랑해“

그녀가 세상에 남기고 싶었던 마지막 말은 아마 이 한 문장이었을 것이다. 시한부 판정을 받고 호스피스 병동에 들어온 예순 살의 어머니에게 남은 시간은 길지 않았다. 입원한 지 열흘 만에 그녀는 조용히 세상을 떠났다.

그 짧은 시간 동안 그녀의 마음을 붙든 것은 과거의 고통도 삶의 무게도 아니었다. 오직 하나뿐인 자녀였다.

 

홀로 살아온 세월 동안 그녀의 삶은 사실상 자식을 위한 시간이었다. 기초생활수급자로 살아가면서도 바르게 살아가길 바랐고, 자신은 부족해도 자녀만큼은 흔들리지 않기를 원했을 것이다.

그러나 자녀의 삶은 늘 부모의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여러 번의 선택과 시행착오 속에서 그녀의 마음에는 말로 다 하지 못한 상처가 쌓였다. 서운함과 원망이 없었을 리 없다.  그럼에도 그녀는 끝내 그 관계를 놓지 않았다.
 

떨리는 손으로 남긴 기록

 

몸이 점점 쇠약해지던 순간에도 그녀는 다이어리를 펼쳤다. 떨리는 손으로 한 글자씩 남긴 글에는 꾸짖음보다 걱정이 더 많았다.

“왜 그렇게 살았느냐”보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까”에 대한 염려와 남겨질 딸의 삶이 그녀의 마지막 관심이었다. 그 마음에는 ‘나’보다 ‘너’가 더 크게 자리하고 있었다.

 

부모의 마음이란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잘해서가 아니라 못해도 품고, 돌아오지 않아도 기다리며, 상처를 받아도 결국은 잘 살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래서 끝까지 놓지 않는 마음, 그것이 그녀가 남긴 가장 깊은 메시지였다.
 

왜 우리는 표현에 서툴기만할까

 

우리는 가까운 관계일수록 오히려 마음을 제대로 전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 “너를 위해서”라는 말은 부담이 되고, “내 인생은 내가 알아서”라는 말은 벽이 된다. 그 사이에서 시간은 조용히 흘러간다.

언젠가, 다음에, 나중에 하며 미뤄둔 말들은 어느 순간 더 이상 닿을 수 없는 거리가 된다. 그래서 중요한 말에는 늘 ‘오늘’이 필요하다. 미안함도, 고마움도, 그리고 짧은 한마디도 마찬가지다.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가 던지는 질문도 결국은 같은 의미이다. 사람을 살게 하는 것은 소유가 아니라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었다는 기억이다.

 

고요하게 남은 마지막 얼굴

 

놀랍게도 그녀의 얼굴은 평온했다고 한다. 긴 세월을 외로운 가난과 고단함 속에서 살아왔고, 끝까지 자녀를 걱정했지만 그 마지막 순간만큼은 오히려 고요했다고 한다.

해야 할 마음을 다 내려놓았기 때문일까.용서할 것을 용서하고, 걱정할 것을 걱정한 뒤 더 붙잡을 것이 없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그녀는 짧은 호스피스 생활을 마치고 조용히 떠났다. 그리고 다이어리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지혜야, 사랑해”

 

우리는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오늘 나는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어떤 말을 남겼는가. 아직 전하지 못한 말은 없는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그 답은 멀지 있지 않다. 누군가가 나를 끝까지 걱정해 주었다는 기억, 돌아올 자리를 남겨준 사람, 그리고 이름을 불러준 단 한 사람의 마음일 것이다. 그것이 사람을 살게 하고, 떠난 뒤에도 남은 사람을 다시 살아가게 한다.

 

오늘, 아직 늦지 않았다면 지금 전하자.

“고마워“ , ”미안해요“ 그리고 “사랑한다.”


 

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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