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거 한번 묵어봐라. 희한하제?”…농산물 들고 버스 기다린 영덕 어르신들

버스를 향해 손을 흔든 어르신은 승객이 아니었다. 버스가 멈추자 손에 들고 있던 봉지를 기사에게 내밀었다. 봉지 안에는 직접 농사지은 배가 들어 있었다.
지난 9월 17일 경북 영덕의 한 시골 마을에서 벌어진 장면이다. 오랜만에 해당 노선을 운행한 시내버스 기사가 SNS에 공개한 약 1분 분량의 영상은 10월 1일 기준 조회수 250만 회를 넘어섰다.
영상 속 어르신은 좁은 마을길을 지나던 버스를 손짓해 세웠다. 문이 열리자 배가 담긴 봉지를 건네며 “요거 한번 묵어봐라. 희한하제?”라고 말했다.
조금 뒤에는 또 다른 어르신이 버스를 세웠다. 이번에는 밭에서 거둔 가지가 한가득이었다.
“가지, 가지. 반찬 해 먹어라.”
짧은 말과 함께 가지를 건네는 것으로 인사는 끝났다.
사연은 기사가 오랜만에 이 노선을 운행하면서 시작됐다. 길에서 일하고 있던 어르신들을 본 기사가 먼저 안부를 물었고, 어르신들은 버스가 되돌아오는 시간을 기억해 뒀다가 길가에서 기다렸다.
기사는 “안부를 여쭸을 뿐인데 돌아오는 길에 기다리고 계시다가 직접 기른 농산물을 챙겨주셨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특별한 선물을 준비한 것도 아니었다. 밭에서 거둔 가지와 직접 키운 배였다. 자신들이 먹으려고 농사지은 것 가운데 좋은 것을 골라 봉지에 담았고, 버스가 다시 올 때까지 기다렸다.
영상이 빠르게 퍼지면서 온라인에서는 “버스기사가 아니라 아들 같다”, “농사지은 것을 주려고 다시 올 때까지 기다렸다는 게 뭉클하다”, “평소 기사님이 어르신들에게 어떻게 대했는지 알 것 같다”는 반응이 나왔다.
시골길을 오가는 버스는 어르신들에게 중요한 교통수단이다. 매일 같은 길을 달리는 기사와 승객은 자연스럽게 얼굴을 익히고 안부를 묻는 사이가 되기도 한다. 이번 영상도 그런 일상적인 관계에서 나온 장면이었다.
버스는 잠시 멈췄다가 다시 길을 떠났다.
기사의 손에는 배 한 봉지와 가지 한아름이 남았다. “반찬 해 먹어라”는 짧은 한마디도 함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