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소녀의 목소리 담은 영화, 베니스에서 23분 박수…세계가 함께 울었다
![이 소녀를 기억해주세요” 팔레스타인 배우 모타즈 말헤스가 3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열린 제82회 베니스영화제 현장에서 영화 <힌드 라잡의 목소리>의 실제 주인공 라잡의 사진을 들고 있다. [AI유사생성이미지]](https://santanews.cdn.presscon.ai/prod/140/images/20250906/1757110657130_198394009.png)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열린 제82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팔레스타인 소녀의 비극적인 이야기를 다룬 영화 〈힌드 라잡의 목소리〉가 공개 직후 23분간의 기립박수를 이끌어냈다. 관객들은 눈물을 흘리며 “팔레스타인에 자유를”이라고 외쳤고, 영화제 현장은 단순한 시사회장을 넘어 정치적 연대와 애도의 공간으로 변모했다.
■ 실제 사건을 옮겨온 영화
작품은 2024년 1월 가자지구에서 발생한 한 사건을 기반으로 제작됐다. 당시 6세 소녀 라잡은 이스라엘 공습으로 가족이 숨진 차량 안에 갇혔고, 구조대와 약 3시간 동안 통화를 이어가며 “너무 무서워요, 제발 와주세요”라고 간절히 호소했다. 그러나 구조대가 도착했을 때 라잡은 이미 연락이 끊겼고, 며칠 뒤 라잡과 구조대원 2명은 총격으로 숨진 채 발견됐다. 이후 유엔 보고서에서는 이스라엘군이 이들을 사살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해졌다.
영화는 이 충격적인 사건을 중심에 두고, 전쟁 속에서 잊히는 어린이들의 목소리를 스크린에 되살렸다.
■ 감독과 제작진의 참여
연출은 튀니지 출신의 카우더 벤 하니아 감독이 맡았다. 그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라잡의 목소리를 처음 들었을 때, 그것은 단지 한 아이의 외침이 아니라 가자지구 전체의 절규처럼 들렸다”며 제작 의도를 밝혔다.
제작에는 할리우드 배우 브래드 피트와 호아킨 피닉스가 힘을 보탰다. 두 배우는 프로젝트 초기에 참여해 제작비와 국제 배급망 확보에 기여하며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영화는 약 90분 분량으로 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됐다.
■ 시사회 현장의 반응
시사회가 끝난 뒤 객석은 일제히 기립해 박수를 보냈고, 그 시간은 무려 23분 동안 이어졌다. 현장을 지켜본 외신 기자들은 “올해 경쟁 부문 중 가장 긴 박수갈채”라고 전했다. 일부 관객은 팔레스타인 국기를 흔들며 연대 의사를 드러냈고, 취재진과 영화 관계자들 역시 눈시울을 붉혔다.
팔레스타인 배우 모타즈 말헤스는 실제 주인공 라잡의 사진을 들어 보이며 “이 소녀를 기억해 달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라잡의 어머니 위삼 하마다 역시 AFP통신을 통해 “이 영화가 전쟁을 끝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 영화제의 상징적 의미
베니스영화제는 예술성과 더불어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작품들을 꾸준히 주목해왔다. 이번 작품의 반향은 단순히 영화적 성취를 넘어, 국제사회가 가자지구 어린이들의 희생에 귀 기울였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한편, 이스라엘군은 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 결과를 발표하지 않았다. 그러나 가자 보건 당국은 2023년 10월 이후 벌어진 전쟁에서 어린이 약 1만9000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발표해 국제적 충격을 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