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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나 먼 곳 우리 집

김영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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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으면 고쳐 산다. 구축 리모델링 열풍
조금 멀어도 괜찮아, 조금 낡아도 고쳐서 살면 되잖아. 요즘 젊은 세대는 집의 조건을 낮춘 것이 아니라 어쩌면 좋은 집의 기준을 다시 쓰고 있는지도 모른다.

끊어진 ‘주거 사다리’ - 젊은 세대, 낡은 집 고치고 멀리 산다

 

새 아파트 대신 구축 리모델링  — ‘완셀·반셀’로 내 집의 가치를 직접 만든다

 

집을 넓혀 가며 자산을 키우던 ‘주거 사다리’가 흔들리고 있다. 높은 집값과 대출 부담, 전·월세 비용까지 겹치면서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좋은 입지의 새 아파트’는 점점 먼 목표가 됐다. 그러나 이들은 내 집 마련을 포기하기보다 집을 선택하는 기준 자체를 바꾸고 있다.

 

직장 가까운 새집 대신, 멀어도 내 집

 

가장 먼저 포기하는 것은 ‘직주근접’이다. 서울이나 주요 업무지구와 가까운 신축을 고집하기보다 출퇴근 시간이 조금 길어지더라도 외곽의 오래된 아파트나 빌라를 구입하는 사람들이 나타난다. 역세권과 신축이라는 프리미엄을 내려놓는 대신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으로 ‘소유’를 선택하는 것이다.

 

30대 직장인 김모 씨는 “출퇴근 시간이 30분 정도 더 늘었지만 전셋집을 옮겨 다니는 불안감은 없어졌다”며 “집이 낡았다는 것은 내가 고치면 되는 문제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낡으면 고쳐 산다 - ‘완셀·반셀’의 등장

 

여기에 ‘셀프 인테리어’ 문화도 새로운 주거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 철거부터 도배·페인트·조명·가구 설치까지 직접 하는 ‘완셀(완전 셀프 인테리어)’, 전문 기술이 필요한 공사는 업체에 맡기고 나머지는 직접 해결하는 ‘반셀(반셀프 인테리어)’ 방식이다.

 

SNS와 동영상 플랫폼에는 오래된 아파트가 감각적인 공간으로 변하는 과정과 자재 가격, 시공 방법까지 공유된다. 과거에는 낡은 집이 ‘피해야 할 집’이었다면 이제는 가격을 낮추고 자신의 취향을 더할 수 있는 집으로 재평가되는 셈이다. 수천만 원이 들 수 있는 전체 인테리어 비용을 줄이면서 자신의 생활 방식에 맞는 공간을 만드는 실용적인 선택이기도 하다.

 

‘좋은 집’보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집’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주거에 대한 현실적인 계산이 있다. 역세권을 포기하고, 신축을 포기하고, 때로는 넓은 평수까지 포기하지만 대신 과도한 대출과 주거비 부담을 줄인다. 누군가 만들어 놓은 완벽한 집을 사는 대신 감당할 수 있는 집을 구해 직접 가치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단순한 ‘짠테크’로만 볼 수 없다고 말한다. 높은 주택가격 속에서 나타난 새로운 주거 자구책이자, 소유와 공간을 바라보는 세대적 변화라는 것이다.

 

주거 사다리가 예전처럼 쉽게 다음 층으로 이어지지 않는 시대다. 그래서 사람들은 기다리기보다 자신만의 작은 사다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조금 멀어도 괜찮고, 조금 낡아도 고쳐 살면 된다.

집의 조건을 낮춘 것이 아니라, 어쩌면 ‘좋은 집’의 기준을 다시 쓰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김영택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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