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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진정한 어른은 누구인가

성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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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는 들었지만, 우리는 정말 어른이 되었을까

 

 

나이는 어른이 되었지만, 우리는 여전히 어른이 되어가는 중이다. [AI생성 이미지]
나이는 어른이 되었지만, 우리는 여전히 어른이 되어가는 중이다. [AI생성 이미지]

어른이 된다는 것은 언제부터일까. 주민등록증을 받았을 때일까, 사회에 나가 돈을 벌기 시작했을 때일까, 아니면 누군가의 부모가 되었을 때일까. 우리는 흔히 ‘나이’를 기준으로 어른과 아이를 구분하지만, 그 기준이 삶의 태도와 성숙함까지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


나 역시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나이는 분명 어른이 되었지만, 몸만 커진 미성숙한 어른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책임을 피하고 싶을 때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불편한 진실 앞에서는 외면으로 버티며, 상처를 주고도 “어쩔 수 없었다”는 말로 자신을 합리화해 온 것은 아닌지 말이다.


우리 사회는 유난히 ‘능력 있는 어른’을 요구한다. 성과를 내고, 경쟁에서 이기며, 실패를 감출 줄 아는 사람. 그러나 정작 ‘진정한 어른’에 대해서는 거의 이야기하지 않는다. 실수했을 때 사과할 줄 아는 사람, 약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사람,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원칙을 지키는 사람은 때로 미련한 사람으로 취급된다.


하지만 어른다움은 완벽함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의 미숙함을 인정하는 용기에서 시작된다. 모른다고 말할 수 있는 태도, 틀렸다고 인정할 수 있는 자세, 감정을 다스리며 관계를 책임지는 힘. 이런 것들은 나이가 아니라 오랜 연습과 성찰을 통해서만 얻어진다.


문제는 우리가 너무 일찍 ‘어른이 된 척하는 법’부터 배워왔다는 데 있다. 감정을 숨기고, 약함을 감추며, 불편한 몫은 타인에게 넘기는 법을 익혔다. 그렇게 살아남는 데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성숙해졌다고 말하기에는 마음 한편이 늘 비어 있다.


진정한 어른은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이 아니라, 침묵해야 할 순간을 아는 사람이다. 이기는 사람이 아니라, 져야 할 자리를 아는 사람이다. 무엇보다 자신의 선택과 말이 타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끝없이 돌아보는 사람이다.


어쩌면 우리는 아직도 어른이 되어가는 중일지 모른다. 나이만 먹은 미완의 어른으로서, 오늘보다 조금 더 책임 있는 선택을 해보는 것. 그것이 지금 이 시대가 요구하는 ‘어른다움’의 시작일 것이다.


완성된 어른은 없다. 다만, 어른이 되려고 애쓰는 사람만이 있을 뿐이다.

성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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