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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와 이주배경인구, 한국 사회의 새로운 도전

산타뉴스 남철희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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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인구의 5.2%인 271만 5천 명… 수도권 집중, 아동·청소년 증가세 뚜렷

2025년 12월 8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이주배경인구 통계」는 한국 사회가 이미 다문화적 현실 속에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해 11월 1일 기준 국내 이주배경인구는 271만 5천 명으로 전체 인구의 5.2%를 차지하며, 전년보다 13만 명 이상 늘었다. 

 

특히 수도권에만 154만 명이 집중 거주하고, 24세 이하 아동·청소년이 73만 8천 명으로 7.9% 증가했다. 이는 다문화 사회로의 전환이 단순한 가능성이 아니라 이미 진행 중인 현실임을 시사한다.

An illustration depicting multicultural life in Korean society. In the foreground, children of various ethnic backgrounds study together in a classroom. Nearby, foreign workers are actively engaged in a factory setting. In another scene, local residents and immigrants share food at a community festival. The background features a blended map of Korea and the world, symbolizing globalization and coexistence. No text is included in the image.
AI생성 이미지

다양성이 주는 힘

 

세계화의 긍정적인 면은 분명하다. 다양한 국적과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면서 경제적 활력과 사회적 다양성이 확대된다. 안산의 초등학교 교실에서는 베트남, 중국, 몽골 출신 아동들이 함께 수업을 듣고,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를 공유하며 세계시민적 감각을 키운다. 

 

충북 음성군과 같은 제조업 중심 지역에서는 외국인 노동자가 산업 현장의 중요한 축을 담당한다. 이들의 참여 없이는 지역 경제가 유지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젊은 세대의 이주배경인구 증가세는 미래 사회의 경쟁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갈등과 불안

 

그러나 급격한 인구 이동은 사회적 갈등과 문화적 충돌을 불러올 수 있다. 전남 영암군은 전체 인구의 21.1%가 이주배경인구로, 농촌 사회의 전통적 생활 방식과 새로운 문화가 충돌하는 사례가 보고된다. 주민들은 “마을 분위기가 너무 빨리 바뀐다”는 불안을 호소한다. 

 

서울의 일부 지역에서는 외국인 밀집 지역을 두고 치안 불안이나 생활환경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러한 갈등은 단순한 문화 차이를 넘어 사회 통합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정부의 대응과 국민 수용성

 

정부는 다문화 이해 교육을 강화하고, 지역사회 내 교류 프로그램을 확대해야 한다. 초등학교 정규 교과에 다문화 언어·문화 체험을 포함시키거나, 지방자치단체가 주민과 이주민이 함께 참여하는 축제를 지원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다. 

 

노동시장에서는 공정한 기회를 보장하고, 복지 제도를 통해 사회적 안전망을 확충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들의 수용성이다. 정책이 아무리 잘 설계되어도 국민이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면 사회 통합은 요원하다. 시흥시의 ‘다문화 요리 교실’처럼 작은 교류 경험이 사회 전체의 수용성을 높이는 밑거름이 된다.

 

해외 사례에서 배우는 교훈

 

독일은 극우 세력의 반발과 난민 수용소 방화 사건 등으로 사회적 갈등을 겪었다. 

프랑스는 동화주의 정책의 한계로 무슬림 2·3세대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며 폭력 시위가 반복되었다. 

반면 캐나다는 세계 최초로 다문화주의를 공식 정책으로 채택해 제도적 포용을 추구했지만, 퀘벡 주에서는 언어와 자치권 문제로 갈등이 발생했다. 

 

이들 사례는 한국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독일처럼 극우적 반발을 방지하고, 프랑스처럼 동화주의의 한계를 넘어서며, 캐나다처럼 제도적 포용과 지역 맞춤형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

 

공존의 길

 

세계화는 기회와 도전을 동시에 안겨준다. 한국 사회는 이미 다문화적 현실 속에 있으며, 변화는 불가피하다. 중요한 것은 변화의 흐름을 두려워하기보다 그 속에서 균형을 찾고 함께 살아가는 길을 모색하는 것이다. 정부의 제도적 뒷받침과 국민들의 열린 마음이 함께할 때, 우리는 세계화의 빛과 그림자 속에서 공존의 길을 만들어갈 수 있다. 

 

다문화 사회는 갈등을 내포하지만 동시에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품고 있다. 한국 사회가 공존을 선택한다면, 세계화는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는 디딤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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