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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려장의 손길’ 89세 어르신, 134개 지팡이에 담은 나눔의 마음

산타뉴스 이성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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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영동 최규택씨, 운동 삼아 만든 지팡이 마을 어르신들께 선물… “같이 건강하게 살면 좋잖아”
명아주 지팡이 ‘청려장’ 만들어 선물하는 최규택씨. [사진제공 영동군]
명아주 지팡이 ‘청려장’ 만들어 선물하는 최규택씨. [사진제공 영동군]

충북 영동군 심천면 장동리에는 나눔을 통해 이웃과 삶을 이어가는 한 어르신이 있다. 올해 89세인 최규택 어르신은 최근 명아주로 만든 지팡이 134개를 직접 제작해 심천면 행정복지센터에 기증했다.

명아주는 흔히 들에서 볼 수 있는 풀이다. 하지만 말리고 다듬으면 가볍고 단단해 노인들의 지팡이로는 그만이다. 옛날부터 ‘청려장’이라 불리며 장수의 상징으로 여겨진 이유다. 실제로 보건복지부는 매년 노인의 날(10월 2일)에 백수(百壽)를 맞은 어르신들에게 이 지팡이를 선물하고 있다.

 

최 어르신은 지난여름부터 틈틈이 명아주를 채취해 말리고 칠을 입히며 정성껏 지팡이를 빚어냈다. 가족들은 힘들고 위험하다며 말렸지만, 그는 오히려 건강을 되찾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한다. “암 수술을 받고 난 뒤 몸을 쓰는 게 무서웠는데, 지팡이를 만들면서 운동도 되고 마음도 밝아졌습니다. 무엇보다 나눈다는 기쁨이 크지요.”

 

심천면 복지팀은 이 소중한 선물을 면내 20개 마을에 나눠 전달할 계획이다. “마을마다 몇 개씩 전달될 텐데, 어르신들의 손에 꼭 맞을 겁니다. 최 어르신은 몸도 마음도 정정하신 분이에요.” 담당 공무원의 말처럼, 이번 기부는 단순한 물품 나눔을 넘어 지역 사회의 따뜻한 정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지팡이를 선물한 최규택 어르신의 마음은 단순하다. “같이 건강하게 잘 살면 좋잖아.” 삶의 무게가 느껴지는 짧은 한마디 속에서, 함께 오래도록 건강하길 바라는 진심이 전해진다. 그의 정성은 지팡이와 함께 이웃의 어깨를 따뜻하게 받쳐줄 것이다.

 

이성로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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