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와 ARMY로 보는 팬덤 문화 – 제8부
산타뉴스 | 기획연재
사랑은 국경을 모른다.
그리고 때로 사랑은 한 사람의 마음에서 시작되어 수천 명, 수만 명의 마음으로 번져간다.
BTS와 ARMY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아주 특별한 장면을 만나게 된다.
누군가 BTS에게 받은 사랑을 다시 다른 사람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팬이 가수를 사랑하고, 가수가 세상을 향해 사랑을 이야기하면, 그 사랑을 받은 팬들이 다시 세상을 돕는다. 그렇게 사랑은 멈추지 않고 흘러간다.
“나 하나쯤이야”가 아니라 “나 하나라도 보태자.”
이 작은 생각들이 모이면 놀라운 일이 일어난다.
8만 명의 ARMY가 보여준 것
최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벌어진 한 장면은 세계 팬덤이 가진 힘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BTS를 보기 위해 모인 수많은 ARMY. 그들의 열정은 공연장 안에서만 끝나지 않았다.
팬들은 자신들이 머문 도시에서 질서를 지키고, 주변을 배려하고, 지역사회와 함께하려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보여진 영상이 주목한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BTS 팬들이 도시를 움직였다.”
하지만 우리가 더 주목해야 할 것은 도시가 움직였다는 사실보다 그들이 어떤 마음으로 움직였는가이다. 팬들은 단순히 좋아하는 가수를 보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아니었다.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었지만 ARMY라는 이름 하나로 연결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연결은 때로 선행으로 이어졌다.
작은 돈이 모여 큰 기적이 되다
ARMY의 선행을 이야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단체가 있다.
바로 세계 각국의 ARMY 자원봉사자들이 운영하는 One In An ARMY다.
그들의 철학은 단순하다. “나는 ARMY의 한 사람이다.”
한 사람이 큰돈을 내야 하는 것이 아니다.
한 사람이 조금씩 내고,또 한 사람이 조금씩 보태고,그렇게 수많은 사람이 함께하면
작은 기부가 큰 힘이 된다는 생각이다. 2026년 3월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One In An ARMY는 자체적으로 조직한 70개 모금에서 약 79만5천 달러를 모았고, 다른 모금 프로젝트를 지원해 146만6천 달러 이상의 모금에도 기여했다.
더 놀라운 것은 그 대상이 특정한 한 나라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어린이, 난민, 식량 문제, 교육, 환경, 재난 피해자 등 세계 곳곳의 다양한 문제를 향해
ARMY의 마음이 움직인다.
2026년에도 계속되는 선행
ARMY의 선행은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다. 2026년에도 새로운 기부 프로젝트가 이어지고 있다.
One In An ARMY는 2026년 6월 BTS의 FESTA를 기념하는 ‘One In An Arirang’ 캠페인을 진행했고, 현재는 정국의 생일을 기념해 서아프리카의 깨끗한 물 공급을 돕는 #CleanWaterWithJK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가 있다.
팬들이 단순히 “우리 스타가 이런 일을 했다”고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도 좋은 일을 해보자.”라고 행동으로 옮기기 때문이다. 4일 만에 3만 달러가 모였다.
2026년 5월에는 또 하나의 사례가 있었다.
ARMY가 FIFA Global Citizen Education Fund를 위해 불과 4일 만에 3만 달러가 넘는 금액을 모금한 것이다.한 사람의 기부라면 큰 금액일 수 있다.
그러나 수많은 사람이 조금씩 마음을 보태면 불가능해 보이는 숫자도 현실이 된다.
이것이 바로 팬덤의 힘이다.
팬덤은 원래 “같은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이었다.
그러나 ARMY는 그 의미를 조금씩 바꾸어 놓았다.
같은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같은 세상을 더 좋게 만들기 위해 움직이는 것.
그것이 오늘날 우리가 발견하는 새로운 팬덤의 모습이다.
사랑은 왜 전염되는가
그렇다면 궁금해진다. 왜 한 사람의 선행이 다른 사람의 선행으로 이어지는 것일까?
사랑에는 이상한 힘이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 나에게 따뜻하게 대해주면 나도 다른 사람에게 따뜻하게 대하고 싶어진다.
누군가 나눔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면 나도 조금이라도 보태고 싶어진다.
BTS가 팬들에게 전한 메시지도 결국 여기에 닿아 있다.
“너 자신을 사랑하라.”
자신을 사랑하게 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아픔을 바라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마음이 행동이 된다.
호주에서도, 필리핀에서도 이런 현상은 특정 국가에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호주에서는 ARMY가 식량 구호단체 OzHarvest와 함께 ‘ShareARMeal’ 캠페인을 진행했다.
BTS와 맥도날드의 협업을 계기로 팬들이 “우리도 어려운 사람들에게 한 끼를 나누자”며
모금과 식품 나눔에 나선 것이다.
캠페인 초기 며칠 만에 6천 달러 이상이 모였고, 지역별 ARMY 모임도 동참했다.
필리핀에서도 ARMY는 태풍 피해 주민들을 돕기 위한 모금에 참여했고,World Vision과 함께 지역사회를 위한 활동을 이어갔다. 현지 World Vision 관계자는 BTS ARMY가 팬덤의 열정을 “선을 위한 힘”으로 보여주었다고 평가했다.
이쯤 되면 우리는 팬덤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좋아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좋아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사진을 모으고 음악을 듣고 공연을 기다리는 것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정말 좋아한다면 그 사람이 세상에 전하고 싶은 좋은 뜻을 나도 조금 실천해보는 것.
그것이 사랑의 또 다른 모습일 것이다.
그래서 ARMY의 선행을 바라보면 그 중심에는 BTS만 있는 것이 아니다.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이 있다.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팬들. 큰돈을 가진 사람도 아니고
특별한 권력을 가진 사람도 아니다.
그저 “나도 조금 보태겠습니다.” 라고 말한 사람들이다.
그 작은 마음들이 모여 아이를 돕고, 굶주린 사람에게 음식을 보내고, 재난 피해자를 돕고,
교육의 기회를 만들고, 깨끗한 물을 선물한다.
사랑은 전염된다
세상에는 나쁜 것도 전염된다.
분노가 분노를 낳고 미움이 미움을 낳는다.
그렇다면 반대로 사랑도 전염될 수 있지 않을까?
한 사람이 웃으면 옆 사람도 웃는다.
한 사람이 손을 내밀면 또 다른 사람이 손을 내민다.
한 사람이 기부하면 다른 사람이 생각한다. “나도 할 수 있겠다.”
ARMY의 선행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은 바로 이것인지도 모른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언제나 거대한 힘만이 아니다. 때로는 아주 작은 마음 하나다.
그리고 그 마음 하나가 다른 마음 하나를 움직인다.
그렇게 한 사람이 두 사람이 되고, 두 사람이 백 명이 되고, 백 명이 수만 명이 된다.
사랑은 그렇게 전염된다.
그리고 어느 순간 우리는 깨닫게 된다.
팬덤은 더 이상 누군가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만이 아니라는 것을.
함께 좋아하고, 함께 나누고, 함께 세상을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드는 사람들의 공동체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그것이 세계 곳곳에서 피어난 ARMY의 선행이 우리에게 던지는 가장 아름다운 질문이다.
“당신이 받은 사랑은 지금 어디로 흘러가고 있습니까?”
이번 8부는 7부의 ‘한 사람의 선행이 수만 명의 기부가 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확장해, ARMY의 선행을 세계적인 현상으로 보여주는 연결부로 잡았습니다.
LA 8만 ARMY 사례 → 세계 각국의 실제 기부 → ‘사랑의 전염’이라는 결론으로 흐르게 한 것이 핵심입니다.
그리고 다음 9부에서는 이 흐름을 더 깊게 파고들어, “팬덤은 어떻게 하나의 시민사회가 되었는가”라는 주제로 연재를 이어가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