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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gle과 Genentech, Moderna의 이야기 - 대학과 기업이 함께 상상해야 국가의 미래가 열린다

산타뉴스 남철희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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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산학협력은 선택이 아니라 국가 생존전략이다
함께 상상하는 미래       AI생성 이미지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이 2026년 산학협력 우수기업 50개사를 선정했다. 

 

이제 우리나라의 산학협력도 단순히 기업이 대학생에게 현장실습 기회를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섰다. 교육과정 공동개발, 채용 연계, 기술이전, 공동연구, 장학금과 발전기금 지원 등 대학과 기업이 서로의 미래를 함께 설계하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

 

이는 매우 반가운 변화다.

그러나 인공지능(AI)이 산업과 사회의 질서를 바꾸고 있는 지금, 우리는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산학협력을 ‘기업에 필요한 인력을 대학이 공급하는 제도’로 바라보아서는 안 된다. 이제 산학협력은 대학의 지식과 기업의 현장, 정부의 투자와 청년의 상상력을 하나의 혁신 생태계로 묶는 국가전략​이 되어야 한다.

 

특히 AI 시대에는 이 변화가 더욱 절실하다.

 

과거 산업혁명에서는 기계가 인간의 육체노동을 대체했다면, AI 시대에는 인간의 지식노동까지 빠른 속도로 보조하고 자동화한다. 

아이디어를 설명하면 AI가 설계도를 만들고, 시뮬레이션을 하고, 소프트웨어를 작성하며, 제품의 시장성과 투자전략까지 분석하고 생산과 광고, 판매까지 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인간에게 남는 가장 중요한 경쟁력은 무엇인가.

 

나는 ‘무엇을 만들 것인가’를 상상하는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AI가 답을 만들어주는 시대에는 정답을 빨리 찾는 능력보다 아직 존재하지 않는 문제를 발견하고, 새로운 질문을 던지며, 서로 다른 분야를 연결하는 능력이 중요해진다. 

바로 이 지점에서 대학의 역할이 다시 커진다.

 

대학은 기업의 인력양성소가 아니라 ‘미래의 원천’을 만드는 곳이다

미국의 혁신 생태계를 살펴보면 대학과 기업의 관계가 단순한 산학협력을 넘어선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Google이다. 

스탠퍼드대 대학원생이었던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대학에서 웹페이지의 중요도를 분석하는 연구를 시작했고, 이를 발전시킨 PageRank를 기반으로 Google을 창업했다. 

스탠퍼드대는 두 사람의 연구와 창업이 성장할 수 있는 공간과 연구환경을 제공했다. 스탠퍼드대 역시 Google의 탄생을 대학 연구와 창업 생태계가 만난 대표적인 사례로 설명하고 있다.

 

바이오산업에서는 더욱 극적인 사례가 있다.

UCSF의 허버트 보이어 교수와 스탠퍼드대의 스탠리 코언 교수는 1970년대 재조합 DNA 기술을 발전시켰고, 보이어 교수는 1976년 벤처투자가 로버트 스완슨과 함께 Genentech을 창업했다. 대학에서 시작된 기초과학 연구가 세계적인 바이오산업의 탄생으로 이어진 것이다. UCSF는 이 사례를 현대 바이오산업의 출발점 가운데 하나로 평가한다.

 

하버드에서도 비슷한 흐름을 볼 수 있다. 하버드 줄기세포연구소의 데릭 로시 교수는 자신의 연구실에서 얻은 mRNA 관련 발견을 사업화하는 과정에 참여했고, 2010년 설립된 Moderna의 과학적 창업 기반을 제공했다.

Google과 Genentech, Moderna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명확하다.

 

대학의 연구가 기업으로 이어지고, 기업의 자본과 생산능력이 다시 연구를 성장시키며, 그 과정에서 새로운 인재와 기업이 탄생하는 선순환 구조가 혁신국가를 만든다는 것이다.

 

대기업만 강해서는 산업 전체가 강해지지 않는다

한국 산업이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도 여기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와 같은 세계적인 대기업의 연구개발 역량은 대한민국의 중요한 자산이다. 그러나 대기업 하나의 기술력만으로 글로벌 산업의 경쟁력을 완성할 수는 없다.

 

반도체를 예로 들면 소재·부품·장비가 함께 발전해야 한다. 배터리도 소재와 장비, 공정기술, 재활용 기술이 함께 성장해야 한다. 자동차 역시 완성차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센서, 반도체, 소프트웨어, 로봇, 배터리, 정밀부품을 만드는 수많은 중소·중견기업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따라서 산학협력의 다음 단계는 ‘대학-대기업’에서 ‘대학-대기업-중소·중견기업-연구기관-스타트업’으로 확대되는 것​이어야 한다.

 

대기업은 중소기업을 단순한 납품업체로만 바라보지 말고 공동기술개발의 파트너로 받아들여야 한다. 대학은 중소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을 공동으로 개발하고 실증할 수 있는 장을 제공해야 한다. 정부는 연구개발비를 지원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실제 구매와 사업화까지 연결해야 한다.

그래야 ‘연구개발→실증→첫 고객→매출→재투자→추가 연구개발’이라는 혁신의 선순환이 만들어진다.

 

미국 MIT의 사례는 참고할 만하다. MIT는 현재 수백 개 기업과 교수·학생 연구를 연결하고 있으며, 2025 회계연도에는 산업계가 직접 지원한 연구비가 1억7600만 달러에 달했다. 또한 MIT Startup Exchange 등을 통해 대학과 기업, 스타트업을 연결하고 있다.

 

MIT의 중요한 특징은 단순히 기업으로부터 연구비를 받는 데 있지 않다. 연구실에서 나온 아이디어가 특허와 기술이전으로 이어지고, 다시 스타트업과 산업계의 실증으로 연결되는 통로를 만들어 놓았다는 데 있다.

 

미국 대학 기술이전협회(AUTM)의 2024년 조사에서도 미국 대학·연구기관의 연구성과가 기술이전과 창업, 신제품 개발로 연결되는 구조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4년 미국 대학 기술이전 조사에서는 연구비가 1090억 달러를 넘었고, 스타트업은 전년보다 5% 증가했으며 시장에 나온 신제품도 8% 늘었다.

 

이제 대학에 ‘창업 DNA’를 심어야 한다. 우리 대학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학생에게 취업만을 가르치는 대학에서 창업도 하나의 진로가 될 수 있는 대학으로 바뀌어야 한다.

교수가 논문을 쓰고 특허를 내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그 기술을 기반으로 학생과 함께 기업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연구실에서 나온 기술을 기업에 이전하고, 학생이 그 기업의 창업자 또는 핵심 연구자로 성장할 수 있는 통로도 필요하다. 

 

특히 청년 창업을 단순히 ‘몇 개 기업을 만들었는가’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오래 살아남고, 얼마나 혁신적인 기술을 만들어 세계시장에 진출했는가​다.

실패한 창업자에게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한 번 실패했다고 인생의 실패자로 낙인찍는 사회에서는 혁신이 일어나기 어렵다.

 

대학은 학생에게 창업 아이디어만 요구할 것이 아니라 연구공간과 장비, 교수의 지식, 특허, 멘토, 투자자, 기업 네트워크를 연결해주어야 한다. 중국 칭화 대학의 경우처럼 대학 안에서 교수와 학생들의 협업으로 연구개발, 인큐베이터와 창업 투자 유치 등 학생들의 창업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 시스템은 우리가 본받을만하다.

 

정부도 창업지원금을 나누어주는 정책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한다. 

대학 연구실의 원천기술이 창업으로 이어지고, 스타트업이 중소기업과 협력하고, 대기업이 첫 고객이 되어주며, 해외시장으로 나가는 전 과정을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역설적으로 AI 시대에는 ‘순수학문’이 더 중요해진다

여기서 놓쳐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산학협력을 강조한다고 해서 대학이 기업의 요구에만 맞춰 움직여서는 안 된다.오히려 AI 시대에는 철학, 역사, 문학, 사회학, 심리학, 수학, 물리학 같은 순수학문의 가치가 더욱 커질 수 있다.

AI가 이미 많은 분야에서 인간보다 빠르게 정보를 찾고 정리하고 계산한다면,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정보량이 아니다.

왜 그런가.
무엇이 옳은가.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가.
사람은 무엇을 원하는가.
이 기술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이런 질문은 단순한 계산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AI가 도면을 그리고 제품을 설계할 수 있는 시대가 올수록 인간은 ‘무엇을 만들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AI가 투자자를 분석할 수 있는 시대가 올수록 인간은 ‘왜 이 사업을 해야 하는가’를 설명해야 한다.  

AI가 광고문구를 만들어주는 시대가 될수록 인간은 사람의 마음을 이해해야 한다.

 

결국 기술의 시대가 깊어질수록 인간에 대한 공부가 더 중요해지는 역설이 발생한다.

산학협력은 공학과 기업만의 전유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인문학과 사회과학, 예술과 자연과학이 기업과 만나야 한다. 그래야 기술이 제품을 넘어 새로운 사회적 가치로 발전할 수 있다.

 

산학협력의 궁극적 목표는 ‘국가의 상상력’을 키우는 것이다

 

이번 교육부의 산학협력 우수기업 50개사 선정은 우리 산학협력이 현장실습 중심에서 채용, 기술이전, 공동연구, 장학금 등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하지만 이것은 출발점이어야 한다.

 

앞으로 대한민국이 만들어야 할 산학협력은 대학과 기업이 서로 부족한 것을 채워주는 수준을 넘어 서로가 생각하지 못했던 미래를 함께 발견하는 시스템이어야 한다.

 

대기업은 대학의 기초연구를 기다려주고, 중소기업은 대학의 연구성과를 실증할 기회를 얻고, 대학은 기업의 현실적인 문제를 연구과제로 삼으며, 정부는 위험이 큰 초기 연구와 창업을 책임져야 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청년이 있어야 한다.

 

청년이 대학 연구실에서 새로운 기술을 발견하고, AI를 활용해 제품을 설계하고, 중소기업과 함께 실증하고, 투자자를 만나고, 세계시장에 도전하는 사회. 이것이 우리가 만들어야 할 미래다.

 

AI 시대의 국가경쟁력은 누가 가장 많은 AI를 보유했느냐로 결정되지 않을 것이다.

누가 더 좋은 질문을 던지고, 누가 더 대담하게 상상하며, 그 상상을 대학의 기초연구와 기업의 생산기술, 중소기업의 현장기술, 청년의 창업정신으로 연결하느냐가 승부를 가를 것이다.

 

산학협력은 그래서 교육정책이면서 산업정책이고, 동시에 청년정책이며 국가의 미래전략이다.

대학은 기업을 만나야 하고, 기업은 대학을 더 깊이 믿어야 한다. 정부는 그 사이에서 위험을 감당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이제 한 가지 질문을 던져야 한다.

“지금 존재하는 산업을 얼마나 잘 따라갈 것인가”가 아니라 “10년 뒤 세계가 필요로 할 산업을 지금 누가 상상하고 만들 것인가.”

 

그 답을 찾는 곳이 대학이고, 그 답을 현실로 만드는 곳이 기업이며, 그 사이에서 새로운 기업을 만드는 사람들이 청년이다.

AI 시대 대한민국의 진짜 경쟁력은 바로 이 세 주체가 함께 상상할 수 있는 힘에서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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