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하나 없어서 원주·제천까지”…5년 만에 이비인후과 다시 여는 영월군
해남은 임신부 의료비, 임실은 1인 가구 간병비, 곡성은 소아과 운영에 기부금 활용

감기에 걸려 귀가 아프거나 목이 붓는 흔한 증상에도 다른 도시의 병원을 찾아가야 했다. 강원 영월군 주민들이 5년 동안 겪어온 일이다.
그 불편을 전국에서 모인 고향사랑기부금이 덜게 됐다.
영월군은 영월의료원에 고향사랑기부금 5억원을 투입해 이비인후과 진료체계를 구축하고 오는 14일부터 진료를 시작한다. 2021년 5월 지역 이비인후과 의원이 폐업한 이후 5년 만이다.
영월군과 영월의료원은 지난달 31일 이비인후과 진료 개시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전문의와 전담 간호인력을 확보하고 초기 진료장비도 갖춘다.
그동안 이비인후과 진료가 필요했던 주민들은 제천이나 원주 등 다른 지역 병원을 찾아야 했다. 영월군민의 관외 이비인후과 진료는 연간 약 2만5000건에 이른다.
특히 어린이나 고령자는 혼자 먼 지역의 병원을 찾기 어려워 보호자가 동행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진료 한 번을 위해 이동시간과 교통비까지 감수해야 했던 셈이다.
이번에 투입되는 5억원은 전국 각지에서 영월을 응원하며 보내온 고향사랑기부금이다. 영월군은 내년부터도 기부금 2억8000만원을 운영비로 지원해 진료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도록 할 계획이다.
김길수 영월군수는 “전국에서 보내주신 한 분 한 분의 따뜻한 마음이 군민이 가까운 곳에서 진료받을 수 있는 변화로 이어지게 됐다”고 밝혔다.
고향사랑기부금이 지역의 부족한 의료서비스를 채우는 사례는 영월뿐만이 아니다.
전남 곡성군은 ‘소아과를 선물하세요’ 지정기부를 통해 모은 기부금으로 2024년 소아과 출장진료를 시작한 뒤 상시진료 체계까지 마련했다. 상시진료를 시작한 이후 7개월 동안 3000여 명이 진료를 받았다.
전남 해남군은 고향사랑 지정기부금 2000만원을 35세 이상 임신부의 산전의료비 지원에 사용한다. 초음파와 혈액검사, 비침습적 산전검사(NIPT), 양수검사 등에 들어가는 본인부담금을 1인당 최대 50만원까지 지원한다.
전북 임실군에서는 가족의 돌봄을 받기 어려운 저소득 1인 가구의 간병비에 기부금이 쓰이고 있다. 대상자에게 하루 최대 10만원, 연간 최대 100만원을 지원하며 올해 현재까지 7명에게 총 645만원이 지급됐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을 제외한 지방자치단체에 기부하고 세액공제와 답례품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최근에는 지자체가 사용 목적을 정해 모금하는 지정기부를 통해 의료·돌봄 등 지역 현안을 해결하는 재원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영월에서는 오는 14일부터 이비인후과 진료가 다시 시작된다.
5년 동안 다른 도시의 병원을 찾아야 했던 주민들이 이제 영월 안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된다. 기부금 5억원이 지역 의료 현장에서 만들어낸 변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