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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 기부는 줄고, 가격은 오르고…

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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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앞둔 취약계층 난방 ‘이중고’ 심화
연탄 [AI생성 이미지]
연탄 [AI생성 이미지]

 

올겨울 연탄으로 난방을 해온 취약계층의 시름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경기 침체로 연탄 기부가 큰 폭으로 줄어든 가운데 연탄 가격까지 오르며, 지역 쪽방촌과 달동네 가구들이 맞닥뜨릴 난방 부담은 그 어느 때보다 무겁다.

 

밥상공동체·연탄은행 집계에 따르면 올해 10월 연탄 기부량은 총 13만4904장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6% 감소했다. 본격적인 동절기 시작 전 기부가 늘어나는 시기지만 올해는 예년 수준에 한참 모자란 수치다.
1~10월 누적 기부량 역시 104만여 장으로, 지난해보다 24% 줄어 ‘500만 장 나눔’을 목표로 하는 연탄은행의 계획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문제는 연탄을 사용하는 가구 수는 크게 줄지 않았다는 점이다. 올해 기준 전국의 연탄 사용 가구는 5만9695가구. 2021년 8만여 가구였던 것에 비하면 감소 추세지만, 기부 감소 속도에는 크게 못 미친다. 대부분이 난방 대체재를 마련하기 어려운 취약한 주거환경에 놓여 있는 만큼, 연탄 부족은 곧 ‘겨울 생존’의 위협과 맞닿아 있다.

 

여기에 연탄 소비자가격도 크게 올랐다. 배달비를 포함한 장당 가격은 1000~1200원으로 지난해 대비 최대 33% 상승했다. 연탄 공장 역시 꾸준히 줄어 2000년대 중반 40곳 넘던 공장이 현재는 17곳만 남았다. 공장 폐업으로 인해 배송 거리가 길어지면서 운송비와 인건비가 오르고, 이는 다시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서울 마지막 연탄 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수도권은 사실상 동두천의 한 공장만이 보급을 맡는 상황이다.

 

연탄은행은 기업 기부 감소를 가장 큰 요인으로 꼽았다. 허기복 대표는 “지원을 이어온 기업들도 불황 속에 기부 규모를 줄이거나 미루고 있다”며 “지방에는 배달조차 어려워 서울 지역 공급만 유지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현재 꾸준히 후원하는 기업은 우리금융그룹 정도에 그친다.

 

연탄을 사용하는 취약계층에게 이번 겨울은 단순한 비용 부담을 넘어 안전과 생존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더 많은 지역사회·기업 참여가 절실한 이유다.


 

겨울이 다가오는 이 시점, 연탄 기부 감소 소식은 마음을 무겁게 만든다. 작은 온기를 기다리는 가구들에게 연탄 한 장은 단순한 연료가 아니라 삶을 지키는 최소한의 온도다. 공급망 축소와 가격 상승이 겹친 현실을 보며, 산타는 도움이 필요한 곳에 더 빠르게 다가가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낀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지역과 기업, 개인이 함께 온기를 나눌 방법을 찾아야 한다. 올겨울만큼은 어느 가정도 차가운 방에서 떨지 않도록, 지금 우리가 손을 내밀어야 한다는 메시지가 또렷하게 들려온다.

류재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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