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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근 기자
입력
은혜로운 땅, 되돌려 드립니다

60년 전 고마운 인연을 지킨 

한 가족의 이야기

 

6·25 전쟁 직후, 나라 전체가 폐허로 변했던 시절.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조차 막막했던 때에, 여섯 남매의 가장이었던 김씨 어른은 생계를 잇기 위해 애를 썼다. 

 

우여곡절 끝에, 군청 직원 임씨의 배려로 버려진 국유지를 얻어 농사를 지을 수 있게 되었고, 그 땅은 김씨 가족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버팀목이 되었다.

 

이후 1960년대 농지개혁으로 국유지는 김씨의 소유가 되었고, 그는 밤낮없이 흙을 일구며 여섯 자녀를 훌륭히 키워냈다. 한평생 성실히 살아온 끝에 자녀들은 각자의 분야에서 사회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세월이 흘러 어느 날, 김씨 어른은 자식들을 불러 모아 회고했다.
“우리가 이렇게 살아올 수 있었던 것은 임씨 덕분이다. 은혜를 잊어서는 안 된다.”

그 말은 단순한 회상으로 끝나지 않았다. 가족회의 끝에 김씨의 자손들은 뜻을 모았다. 삶을 지탱해 준 농토를 이제 은혜의 주인에게 돌려드리자는 결심이었다. 

 

놀랍게도 그 땅은 도시개발로 인해 엄청난 가치로 뛰어오른 상태였다. 그러나 김씨 가족에게는 돈보다 중요한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은혜를 갚는 마음이었다.

 

김씨 가족은 임씨를 수소문했지만, 아쉽게도 그는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다. 그러나 그들의 결심은 흔들리지 않았다. 가족들은 땅문서를 들고 임씨의 유족을 찾아가 소유권을 돌려주었다. 

그리고 온 가족이 임씨의 묘소를 찾아가 깊은 절을 올리며 고마움의 마음을 전했다.

 

요즘같이 각박한 세상에서 듣기 힘든 이야기다. 

돈과 명예가 우선인 시대에, 수십 년 전의 은혜를 잊지 않고 그 마음을 되돌려 준 김씨 가족의 행동은 잔잔한 울림을 준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연, 그리고 그 인연 속에서 피어나는 ‘배품의 향기’.


김씨 가족의 미담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받은 은혜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가.

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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