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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기계 은행이 확산되고 있다

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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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농촌 생존 인프라
농기계의 공동 이용과 협업 중심으로 변화하는 흐름 속에서 농기계 은행은 고령화 시대 한국 농업의 새로운 돌파구로 자리 잡고 있다.

“사람 대신 기계가 논으로”

 고령화 농촌 살리는 ‘농기계 은행’ 확산

 

 

전국 농촌이 급격한 고령화와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가운데 농기계를 공동으로 빌려 쓰는 ‘농기계 은행’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비싼 농기계를 개인이 구매하지 않아도 필요한 시기에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이 제도가 전국적으로 빠르게 확대되면서 농촌 현장에 적잖은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농업계에 따르면 현재 농기계 은행 사업은 전국 약 12만 농가, 128만ha 규모의 농지에 도움을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여 농협 역시 현재보다 더욱 늘어나 전국 300곳 수준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농촌 고령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농기계 공유 시스템이 사실상 ‘농촌 생존 인프라’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농촌에서는 트랙터와 이앙기, 콤바인 같은 대형 농기계 가격이 수천만 원에서 억대에 이르러 고령 농민들이 직접 구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특히 경작 면적이 작은 소규모 농가는 기계를 사더라도 사용 기간이 짧아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충남의 한 70대 농민은 “예전에는 모내기철이 되면 사람 구하는 것이 가장 큰 고민이었다”며 “지금은 농기계 은행에서 기계를 빌리거나 작업 지원을 받으니 훨씬 숨통이 트인다”고 말했다. 이어 “허리 아픈 노인들이 직접 삽과 호미만 들고 농사짓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농기계 은행은 단순한 장비 대여를 넘어 전문 인력 지원 기능도 강화하고 있다. 일부 지역 농협은 기계 조작이 어려운 고령 농민을 위해 운전 인력을 함께 지원하거나, 수확철 공동 작업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덕분에 노동 강도를 줄이고 농번기 인력난도 상당 부분 완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가 단순한 편의 제공을 넘어 농업 구조 자체를 바꾸고 있다고 분석한다. 농업경제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농촌은 이미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고, 앞으로는 사람 중심 농업만으로 유지되기 어렵다”며 “기계화와 공동화 시스템이 농업 지속 가능성의 핵심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청년층의 농촌 유입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초기 농기계 구입 비용 부담이 줄어들면 청년 귀농인의 진입 장벽 역시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일부 지역에서는 스마트 농기계와 드론 방제 시스템까지 농기계 은행 사업에 포함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과제도 남아 있다. 인기 장비는 특정 시기에 예약이 몰려 대기 기간이 길어지고, 일부 지역은 장비 보관 시설과 관리 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또한 산간 지역이나 소규모 농촌은 접근성이 떨어져 서비스 격차가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촌 현장에서는 “이제 농업도 함께 살아야 하는 시대”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과거 각자 농기계를 보유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공동 이용과 협업 중심으로 변화하는 흐름 속에서 농기계 은행은 고령화 시대 한국 농업의 새로운 돌파구로 자리잡고 있다.


 

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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