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년 만에 처음 마주한 아버지, 박원근 애국지사의 친필… 무릎 꿇은 팔순 아들
![고(故) 박원근 애국 지사가 쓴 '일반시국은' 휘호를 보고 무릎꿇은 아들 박용현씨. [사진제공 박원근 지사 유족 제공]](https://santanews.cdn.presscon.ai/prod/140/images/20260807/1786099465729_402286478.jpg)
유품 한 점 없이 평생 아버지를 그리워해 온 팔순의 아들이
76년 만에 처음으로 아버지의 친필을 마주했다.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에서 항일 비밀결사 활동으로 옥고를 치른
고(故) 박원근 애국지사의 친필 휘호가 공개됐고, 아들 박용현 씨는 전시장을 찾아
"一飯是國恩(일반시국은, 밥 한 그릇도 나라의 은혜)"이라는 글귀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이번 특별전은 7월 1일부터 10월 25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실 2에서 열린다.
우리의 일상인 '밥상'을 통해 음식과 역사, 공동체의 의미를 돌아보는 전시다.
그 마지막 공간에는 박원근 지사가 남긴 친필 휘호가 전시돼 있다.
박원근 애국지사(1912~1950)는 일제강점기 항일 비밀결사인
'삼인회', '신인구락부' 등에서 독립운동을 펼쳤다.
일제의 감시와 투옥을 견뎌냈지만 광복 이후 격동기를 거치며 유품은 가족에게 남지 않았다.
아들 박용현 씨에게 아버지는 사진보다 희미한 기억 속 존재였고,
손으로 남긴 글씨 한 점조차 볼 수 없었다.
그런 아들이 전시장에서 처음 마주한 것은 아버지의 삶을 압축한 한 문장이었다.
'밥 한 그릇도 나라의 은혜.'
박 씨는 "평생 생가슴에 한이 맺혀 있었다"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아버지의 기개가 담긴 글을 보니 살아서 돌아오신 것 같은 마음이었다"고 전했다.
그 곁에는 손자인 박준홍 씨도 함께했다.
그는 "유족도 존재를 몰랐던 할아버지의 글을 지금까지 소중히 지켜주신 이름 모를 소장자께 엎드려 절이라도 올리고 싶은 심정"이라며 "귀한 인연을 이어준 황종욱 씨와 뜻깊은 전시를 마련한 박물관에도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박 씨 가족에게 이번 전시는 단순히 유물을 만나는 시간이 아니었다.
평생 상상으로만 그려왔던 아버지의 손끝을 눈앞에서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사진 속에서도, 기록 속에서도 느낄 수 없던 온기가 한 줄의 붓글씨를 통해 전해졌다.
유족은 작품이 전시의 마지막 공간인 '우리들의 밥상'에 놓인 점에도 의미를 두었다.
박준홍 씨는 "결국 평범한 밥상도 나라가 있어야 지킬 수 있다는 뜻으로 다가왔다"며
"매일 마주하는 식탁에도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의 희생이 스며 있다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이번 특별전을 통해 음식문화의 역사를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밥상에 담긴 시대와 사람들의 삶을 함께 조명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박원근 애국지사의 휘호는 일상을 지켜낸 독립운동의 가치를 상징하는 전시품으로 소개됐다.
어떤 이에게는 오래된 붓글씨 한 점일 수 있다.
그러나 한 가족에게는 76년 동안 닿지 못했던 아버지의 목소리였다.
그 한 줄은 세월을 건너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고,
전시장을 찾은 많은 이들에게도 밥 한 그릇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