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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눈물

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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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남 몰래 흘리던 눈물
남자의 눈물은 약해서 흐르는 것이 아니다. 어쩌면 그것은 평생 가족이라는 이름을 등에 지고 걸어온 한 사람이 잠시 짐을 내려놓는 순간 흘리는 가장 따뜻한 물방울인지도 모른다.

남자의 눈물

 

울지 못했던 시간까지 함께 흘러내리는 것

 

남자는 언제부터 울지 않게 되었을까.

어린 시절 넘어져 무릎에서 피가 나도 “남자가 그까짓 일로 울면 안 되지”라는 말을 들었다. 

군대에서도 직장에서도 가장이 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힘들다고 말하기보다 견디는 것이 먼저였고, 두렵다고 고백하기보다 아무렇지 않은 얼굴을 하는 것이 남자다운 것이라 배웠다.

그렇게 남자는 눈물 대신 침묵을 배웠다.

 

아버지는 왜 몰래 울었을까

 

어린 시절의 아버지를 떠올려본다. 가족 앞에서는 좀처럼 눈물을 보이지 않던 사람이었다. 

생활이 어려워도 “괜찮다”고 했고, 몸이 아파도 “별것 아니다”라며 웃었다. 

자식이 대학에 합격했을 때도, 결혼해 집을 떠날 때도 그저 등을 두드려주었을 뿐이다.

 

그러나 우리는 훗날 알게 된다. 아버지도 울었다는 것을.

다만 가족이 보지 않는 곳에서 울었을 뿐이다. 자식의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할까 걱정하던 밤, 직장에서 자신의 자리가 흔들리던 날, 부모를 떠나보내고 돌아온 빈방에서 그리고 어느 날 거울 속에서 늙어버린 자신을 발견했을 때 말이다.

남자의 눈물에는 그래서 한 사람의 시간이 들어 있다.

 

괜찮다는 말 뒤에 숨겨둔 것들

 

중년이 되면 남자는 이상하게 눈물이 많아진다. 젊은 날에는 아무렇지도 않았던 노래 한 곡에 가슴이 먹먹해지고, 오래된 사진 한 장을 들여다보다 눈시울을 붉힌다. 

장성한 자식이 “아버지, 고생하셨어요”라고 말하면 애써 고개를 돌린다.

 

그 눈물은 오늘 하루가 힘들어서만 흘리는 것이 아니다.

견뎌온 세월 때문이다. 이루지 못한 꿈, 미안했던 사람, 먼저 떠난 부모, 멀어진 친구, 가족에게 차마 하지 못했던 말들이 어느 순간 한꺼번에 가슴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괜찮다.”

남자들이 평생 가장 많이 했던 이 짧은 말 속에는 어쩌면 가장 많은 슬픔이 숨어 있었는지도 모른다.

 

울어도 괜찮은 사람

 

이제 우리는 남자의 눈물을 조금 다르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눈물은 패배의 표시가 아니다. 오히려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된 사람에게 찾아오는 정직한 언어다. 사랑했기 때문에 울고, 미안하기 때문에 울며, 누군가를 잃었기 때문에 운다. 때로는 너무 오래 버텨왔기 때문에 운다.

 

그러므로 울 수 있다는 것은 아직 마음이 살아 있다는 뜻이다.

아버지에게도, 남편에게도, 아들에게도 말해주고 싶다.

힘들면 힘들다고 말해도 된다고. 보고 싶으면 보고 싶다고 말하고, 미안하면 미안하다고 말해도 된다고. 그리고 정말 눈물이 나는 날에는 굳이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된다고.

 

남자의 눈물은 약해서 흐르는 것이 아니다.

어쩌면 그것은 평생 가족이라는 이름을 등에 지고 걸어온 한 사람이 잠시 짐을 내려놓는 순간 흘리는 가장 따뜻한 물방울인지도 모른다.

 

오늘 누군가의 눈에서 조용히 눈물이 흐른다면 묻지 않아도 좋겠다.

그저 곁에 앉아 있어 주자.

눈물이 멈출 때까지.

그리고 마음속으로 한마디만 건네자.

“많이 힘들었지. 참 오래도 견뎠구나.”


 

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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