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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개월 전 약속을 기억했다”…휠체어석까지 달려간 이강인, 선천적 근병증 소녀팬과 감동 재회

성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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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천적 근병증 앓는 이채원 양과 서울서 다시 만나…훈련 뒤 건강·가족 안부까지 살펴 에스코트 키즈로 시작된 인연, 새 유니폼을 입고도 잊지 않은 9개월 전의 약속
[재구성 이미지]

9개월 전 작은 걸음에 속도를 맞췄던 축구선수가 이번에는 휠체어석을 향해 달려갔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이강인은 지난 8일 서울 목동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오픈 트레이닝을 마친 뒤 선천적 근병증을 앓고 있는 이채원 양을 찾아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이강인은 2026 쿠팡플레이 시리즈를 위해 새 소속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국내 일정을 소화했다. 8일 오픈 트레이닝에 참가한 데 이어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맨체스터 시티와의 친선경기에 후반 교체 출전해 새 팀 데뷔전을 치렀다.


새 유니폼을 입은 이강인에게 관심이 쏠렸지만, 경기장 밖에서는 또 하나의 장면이 눈길을 끌었다. 훈련을 마친 이강인이 관중석 한쪽에 자리한 채원 양을 직접 찾아간 순간이었다.


2011년생인 채원 양은 근육이 점차 약해지고 위축되는 희귀 질환인 선천적 근병증을 앓고 있다. 지난해 11월 대전에서 열린 한국과 볼리비아의 국가대표 친선경기에서 이강인의 에스코트 키즈로 나서며 처음 인연을 맺었다.


평소 이강인의 팬이었던 채원 양은 당시 직접 그린 초상화를 선물했다. 이강인은 그라운드에 입장하면서 채원 양의 보폭에 맞춰 걸었고, 두 사람은 골을 넣으면 ‘하이파이브 세리머니’를 하기로 약속했다.


이강인은 이후 소속팀 경기에서 득점한 뒤 카메라를 향해 약속했던 하이파이브 동작을 선보였다. 경기장에서 나눈 짧은 약속을 실제 세리머니로 지킨 것이다.


그로부터 약 9개월. 소속팀과 유니폼은 달라졌지만 채원 양을 향한 기억은 그대로였다.


채원 양의 아버지가 SNS를 통해 전한 사연에 따르면 이강인은 무더위 속에서 훈련을 마친 뒤에도 채원 양이 있는 휠체어석까지 찾아왔다. 먼 길을 온 채원 양의 컨디션과 건강을 살폈고 가족들의 안부도 물었다.


채원 양의 아버지는 “채원이를 잊지 않고 기억해 줘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이강인의 새로운 출발을 응원했다. 한 차례의 만남으로 끝날 수도 있었던 인연이 9개월 뒤 다시 이어진 셈이다.


이날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파블로 바리오스와 코케도 휠체어석을 찾아 채원 양과 사진을 찍었다. 채원 양의 가족은 사인과 사진 촬영에 응해준 선수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번 방한은 이강인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선수로 국내 팬들 앞에 처음 모습을 보인 자리이기도 했다. 이제 그는 스페인으로 건너가 새로운 경쟁과 시즌 준비에 들어간다.


프로선수의 시간은 빠르게 흐른다. 팀이 바뀌고 유니폼이 달라지며 새로운 경기와 새로운 팬을 만난다. 그런 시간 속에서 9개월 전 함께 걸었던 어린 팬을 기억했다는 사실은 기록과는 다른 방식으로 한 선수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강인이 한 일은 거창하지 않았다. 훈련을 마치고 휠체어석까지 찾아가 얼굴을 마주하고, 건강을 묻고, 가족의 안부를 챙겼다.


지난해에는 채원 양의 걸음에 맞춰 함께 그라운드로 향했다. 이번에는 이강인이 먼저 채원 양에게로 향했다.

 

이강인의 유니폼은 바뀌었지만, 9개월 전의 약속은 바뀌지 않았다. 경기장의 기억은 그렇게 한 소녀와 한 선수 사이에서 다시 이어졌다.

성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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