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문화/예술
공연
살얼음 같은 현대 사회에 온기를 채우는 푹 익은 국물 한 그릇, 연극 <동치미>
남철희 기자
입력
가슴 먹먹한 부부의 사랑과 남겨진 이들의 참회록

겨울철 칼바람 속 땅속 깊은 곳에 묻혀 묵묵히 익어가는 동치미.
드러내지도, 뽐내지도 않지만 그 속 깊은 시원함과 짭조름한 정취는 우리네 부모님의 삶을 꼭 빼 닮아 있다.
2009년 초연 이래 오랜 시간 관객들의 눈시울을 적셔온 명품 연극 <동치미>가 각박해진 현대 사회에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묻고 있다.
가슴 먹먹한 부부의 사랑과 남겨진 이들의 참회록, 줄거리
작품은 평생을 남편과 자식들을 위해 뼈를 깎고 살을 내어주며 헌신적으로 살아온 어머니의 죽음으로 시작된다. 고단했던 삶을 뒤로하고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지 엿새 뒤, 이승에서 단 한 시도 떨어져 본 적 없던 아버지마저 아내의 뒤를 따라 눈을 감는다.
묵묵히 익어가는 부모의 희생, 연출가가 전하는 문제와 메시지
초고령화 사회의 그늘 : 고독사와 방치되는 노후
- 개인화된 책임
- 과거에는 대가족 혹은 지역 공동체가 나누어 지던 노부모 부양의 무게가, 오늘날에는 오롯이 핵가족이나 개인의 경제적 능력에만 전가되고 있다.
- 사회적 고립
- 바쁘게 살아가는 자식들과 치열한 생존 경쟁 속에서 노인들은 가정과 사회 양쪽으로부터 소외되며, 이는 쓸쓸한 죽음인 고독사라는 극단적인 사회적 문제로 이어진다. 연극은 이러한 차가운 현실을 무대 위로 끌어올려 관객들에게 묵직한 경종을 울린다.
소통의 단절과 세대 간의 보이지 않는 벽
- 희생의 당연시
- 부모 세대가 평생을 바쳐 일구어낸 희생과 헌신이 자식들에게는 어느덧 '당연한 권리'로 변질되거나, 혹은 시대에 뒤떨어진 '잔소리'로 치부되곤 한다.
- 정서적 언어의 상실
- 삶의 방식과 가치관의 차이를 좁히지 못한 채 대화는 줄어들고 오해만 쌓여간다. 서로를 사랑하면서도 표현하는 법을 잊어버린 부모와 자식의 모습은 오늘날 우리 세대 간 단절의 자화상을 보여준다.
개인주의와 정서적 공허함: 가족 공동체의 해체
- 안식처의 상실
- 무한 경쟁과 개인주의가 만연한 사회 속에서 현대인들은 밖에서는 치열하게 버텨내지만, 가장 안전해야 할 가정 안에서도 진정한 정서적 안식을 찾지 못한다.
- 유대감의 약화
- 가족이 명목상으로만 존재할 뿐 마음을 툭 터놓고 기댈 곳이 사라지면서, 현대인들은 고질적인 정서적 공허함과 외로움을 안고 살아간다. <동치미>는 해체 위기에 놓인 가족 공동체가 회복해야 할 온기가 무엇인지 가슴 시리게 증명한다.
<동치미>의 연출진과 제작진이 작품을 통해 일관되게 강조하는 핵심은 '잊혀가는 효(孝)의 가치와 당연한 것에 대한 감사'이다.
- 곰삭은 사랑의 재발견
- 자극적이고 빠르게 소비되는 현대 문화 속에서, 투박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깊은 맛을 내는 동치미처럼 우리 부모님의 사랑 역시 그런 묵은지 같은 깊이가 있음을 역설한다.
- 소통의 부재에 대한 위로
- 바쁘다는 핑계로 안부 한 통 전하기 어려운 현대인들에게, 가장 가까운 존재인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지금 표현하지 않으면 후회할 사랑을 늦기 전에 전하라는 따뜻한 울림을 건넨다.
우리가 돌아봐야 할 사회적 문제점
이 연극은 단순한 최루성 신파극에 머물지 않고, 오늘날 대한민국이 직면한 씁쓸한 사회적 이면을 예리하게 짚어낸다.
- 핵가족화와 고독사 문제
- 부모의 노후와 죽음이 개별 가정의 책임으로만 치부되거나, 바쁜 일상 속에서 노부모가 방치되는 현대 사회의 단면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 세대 간 갈등과 단절
- 부모 세대의 희생을 '당연한 권리' 혹은 '시대착오적 잔소리'로 치부하며 소통이 단절된 세태를 꼬집고 있다.
- 가족 공동체의 해체
- 개인주의가 만연하여 가족 간의 유대감이 옅어지고, 가정 안에서 진정한 안식을 찾지 못하는 현대인들의 정서적 공허함을 치유의 시선으로 조명한다.
- 연극 <동치미>가 던지는 메시지는 결국 '지금, 사랑한다고 말하라'는 것이다.
- 사회적 제도가 해결해주지 못하는 마음의 공백을 채우는 것은 결국 가족 간의 따뜻한 말 한마디와 진심 어린 눈맞춤이기 때문이다.
- 연극 <동치미>는 극장을 나서는 관객들의 손을 꼭 잡게 만드는 마법이 있다.
- 세상이 각박해지고 각자의 삶이 바쁠수록, 우리 마음속 가장 깊은 곳에 자리 잡은 '고향'이자
- '부모'라는 존재는 여전히 뜨겁고 아픈 손가락이다.
- 이번 주말, 잊고 지냈던 내 가슴속 온기를 찾아 부모님에게, 혹은 나의 가족에게 안부 전화 한 통 건네보는 것은 어떨까.
남철희 기자
밴드
URL복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