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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근 달이 뜬다

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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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기다린 사람에게 밝게 뜨는 달
한가위 둥근 달을 바라보며 우리는 무엇을 빌어야 할까. 내 곁에 있는 사람을 소중히 여기게 해달라고, 아직 이루지 못한 꿈 때문에 스스로를 너무 몰아붙이지 않게 해달라고, 남의 가을을 부러워 하기보다 내 삶의 작은 결실을 알아 볼 수 있게 해달라고 말이다.

하베스트 문(Harvest Moon)

 

우리 인생에도 수확의 달은 뜬다

 

편집자주 | 가을 들녘 위로 둥근 달이 떠오릅니다. 서양에서는 추분에 가장 가까운 보름달을 ‘하베스트 문(Harvest Moon)’, 곧 ‘수확의 달’이라 부릅니다. 씨앗을 뿌리고 긴 계절을 견딘 끝에 마침내 열매를 거두듯, 우리의 삶에도 언젠가는 지나온 시간을 환하게 비추는 수확의 달이 떠오릅니다. 

산타뉴스는 한가위를 맞아 우리가 무엇을 심고, 무엇을 거두며 살아가고 있는지 돌아봅니다.

 

 

오래 기다린 사람에게 뜨는 달

 

가을밤, 들판 위로 달이 떠오른다. 봄날의 달보다 깊고 여름밤의 달보다 넉넉하다. 곡식이 고개를 숙이고 나뭇잎이 조금씩 빛깔을 바꾸는 계절, 사람들은 이 둥근 달을 바라보며 지나온 시간을 생각한다.

 

하베스트 문. 우리말로 하면 ‘수확의 달’이다. 농부들에게 수확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행운이 아니었다. 봄에 씨를 뿌리고, 여름의 뜨거운 햇볕과 장맛비를 견디고, 잡초를 뽑으며 묵묵히 기다린 사람만이 가을의 결실을 만날 수 있었다.

 

인생도 그렇다. 우리는 때때로 남의 풍성한 가을만 바라보며 자신의 계절을 초라하게 여긴다. 누구는 앞서가고, 누구는 성공하고, 누구는 이미 많은 것을 이루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모든 꽃이 같은 날 피지 않듯 사람마다 결실의 시간도 다르다. 아직 열매가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지나온 시간이 헛된 것은 아니다.

 

실패한 계절도 삶의 일부다

 

돌이켜보면 우리의 삶에는 풍년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열심히 살아도 뜻대로 되지 않았고, 믿었던 사람과 헤어졌으며, 애써 잡았던 기회를 놓친 날도 있었다. 때로는 아무것도 거두지 못한 빈 들판 앞에 홀로 서 있는 것 같은 시간도 있었다.

 

그러나 빈 들판이라고 해서 아무것도 남지 않은 것은 아니다. 실패는 사람을 깊게 하고, 기다림은 마음을 넓히며, 상처는 다른 사람의 아픔을 알아보는 눈을 만들어 준다. 젊은 날에는 성공만을 수확이라고 생각하지만 세월이 흐르면 알게 된다. 견뎌낸 하루도 수확이고, 곁을 지켜준 사람도 수확이며, 누군가에게 건넨 따뜻한 말 한마디 또한 우리가 평생 모아온 귀한 열매라는 것을.

 

당신의 하베스트 문은 아직 지지 않았다

 

한가위의 둥근 달을 바라보며 우리는 무엇을 빌어야 할까. 더 많은 돈과 더 큰 성공도 좋겠지만, 이제는 조금 다른 소원을 품어보면 어떨까.

 

내 곁에 있는 사람을 소중히 여기게 해달라고, 아직 이루지 못한 꿈 때문에 스스로를 너무 몰아붙이지 않게 해달라고, 남의 가을을 부러워하기보다 내 삶의 작은 결실을 알아볼 수 있게 해달라고 말이다.

 

인생의 수확은 통장이나 명함에만 기록되지 않는다. 함께 웃었던 저녁, 힘든 날 손을 잡아준 사람, 포기하고 싶을 때 다시 일어섰던 마음에도 차곡차곡 쌓인다.

 

그러니 아직 늦지 않았다. 오늘의 삶이 조금 쓸쓸하고 가진 것이 부족해 보여도 괜찮다. 씨앗은 땅속에서 보이지 않는 동안에도 자라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가을밤 문득 고개를 들어보라. 당신이 걸어온 긴 길 위에도 크고 둥근 달 하나가 떠 있을 것이다.

우리 인생에도 반드시 하베스트 문은 뜬다.
오래 견디고, 사랑하고, 살아낸 사람의 가을은 결코 빈 들판이 아니다.


 

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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