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랭 루즈, 화려한 귀환
사진 제공 퍼블릭 도메인
프랑스 파리의 상징적 공연장 ‘물랭 루즈(Moulin Rouge)’가 오랜 휴식기를 마치고 다시 무대 위로 돌아왔다. 1889년 설립되어 130년 넘게 파리 문화와 예술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아온 이 공연장은 최근 재개장과 함께 화려한 퍼레이스를 펼치며 전 세계인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공식 재개장을 알리는 날, 물랭 루즈 앞은 마치 축제의 현장처럼 붐볐다. 빨간 깃털과 의상을 입은 수십 명의 무용수들이 극장 앞 도로에서 캉캉 댄스를 선보이며 관객들을 맞이했고, 주변 관광객들과 시민들은 박수와 환호로 응답했다. 공연장 외벽에 다시 켜진 네온사인과 상징적인 붉은 풍차는 파리 밤거리에 생기를 더했다.
물랭 루즈는 단순한 극장을 넘어 파리의 역사이자 예술의 상징이다. 이곳은 19세기 말 파리의 벨에포크(Belle Époque, 아름다운 시대)를 대표하는 장소로, 자유로운 예술 정신과 대중문화의 융합을 보여주는 무대였다. 특히 화가 툴루즈 로트렉이 즐겨 찾던 장소로도 유명하며, 그의 작품 속에 물랭 루즈의 모습과 무용수들이 자주 등장한다.
이번 재개장은 단순한 공연 복귀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코로나19 팬데믹과 시설 개보수로 인해 약 1년 3개월간 운영이 중단됐던 물랭 루즈가 다시 문을 열면서, 파리 관광업계와 문화계에도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재개장 소식이 전해진 직후 공연 예약률은 급격히 증가했고, 파리 시 당국도 이를 계기로 관광 회복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물랭 루즈의 재개장을 “예술과 도시의 상징이 다시 숨을 쉬기 시작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한 프랑스 공연기획자는 “물랭 루즈는 단순한 쇼가 아니라, 프랑스가 세계에 자랑하는 문화유산”이라며 “이곳에서 느껴지는 감성과 에너지는 파리만의 독특한 정체성을 상징한다”고 말했다.
현재 물랭 루즈는 캉캉을 비롯해 댄스, 아크로바틱, 라이브 음악 등 다양한 장르를 결합한 저녁 공연을 진행 중이며, 하루 수천 명의 관람객이 입장하고 있다. 기존보다 좌석 간 간격을 넓히고 위생 시스템을 강화해, 공연의 안전성과 몰입감을 동시에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물랭 루즈의 부활은 단순히 하나의 극장이 돌아온 것이 아니다. 그것은 팬데믹을 지나 다시 살아나는 도시의 예술, 회복되는 일상의 리듬, 그리고 세계가 다시 파리를 바라보는 순간을 의미한다. 다시 돌아온 붉은 풍차는 오늘도 파리의 밤하늘을 화려하게 수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