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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대변 이식하면 우울·불안 줄어든다”

산타뉴스 성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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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내 미생물이 뇌와 감정을 바꾸는 힘…식단과 유산균만으로도 정신 건강 개선 가능성 확인
건강한 사람의 대변을 이식 받으면 기분장애가 개선된다는 임상시험 결과가 발표됐다. [AI 생성 이미지]
건강한 사람의 대변을 이식 받으면 기분장애가 개선된다는 임상시험 결과가 발표됐다. [AI 생성 이미지]

우울증과 불안장애 같은 기분장애 치료에 새로운 가능성이 제시됐다. 기존의 약물 치료만으로 호전되지 않던 환자들에게, "건강한 사람의 대변을 이식하는 치료(FMT, 대변 미생물총 이식)가 증상을 완화시켰다는 임상시험 결과가 나온 것이다.

 

캐나다 캘거리대학교 연구팀은 건강한 기증자의 대변 속 미생물을 환자의 위장관에 주입하는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기존 치료제에도 반응하지 않던 일부 환자들은 불과 일주일 만에 우울감이 줄고 기분이 눈에 띄게 좋아지는 변화를 경험했다. 치료를 받은 지 2년이 지난 현재에도 약물이 이전보다 잘 듣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이어지고 있다. 한 환자는 “완치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며 극적인 변화를 전했다.

 

이 같은 결과는 장내 미생물이 단순히 소화 기능뿐 아니라 정신 건강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실제로 아일랜드 코크대 연구팀은 우울증 환자의 대변을 쥐에 이식한 뒤, 쥐가 불안해하고 즐거움을 잃는 행동을 보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감정 안정에 중요한 신경전달물질 전구체 ‘트립토판’의 대사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전문가들은 꼭 대변 이식을 받아야만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유익균 보충제(프로바이오틱스)나 지중해식 식단과 같은 건강한 식습관만으로도 증상 완화 효과가 관찰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소규모 임상시험에서 프로바이오틱스를 섭취한 우울증 환자들이 증상이 개선됐고, 건강한 식단을 유지한 그룹 역시 비슷한 효과를 보였다.

 

연구진은 올해 말 양극성 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결과도 공개할 예정이며, ADHD 임상 연구까지 준비 중이다. 앞으로 장내 미생물이 우울증뿐 아니라 다양한 정신질환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또 어떻게 치료에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성연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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