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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 30주기, 노래는 시간을 건너 살아 있다

성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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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1월 6일 이후에도 계속되는 가객의 현재형
김광석 [사진제공 나무위키]
김광석 [사진제공 나무위키]

 

1996년 1월 6일 세상을 떠난 가수 김광석이 올해로 30주기를 맞았다. 2026년 1월, 서울 대학로와 대구 등지에서는 그를 기억하는 공연과 추모 행사가 이어졌고, 동료 음악인과 시민들은 다시 그의 노래 앞에 섰다.


김광석은 1980~90년대 한국 대중음악을 대표하는 가객이다. 노래를찾는사람들로 데뷔해 동물원을 거쳐 솔로 가수로 자리 잡았고, 짧은 생애 동안 삶과 시대, 개인의 감정을 노래로 남겼다. 그의 음악은 특정 세대의 추억에 머물지 않고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30주기를 맞아 열린 추모 공연 ‘광석이 다시 만나기’는 올해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선배 음악인과 신예 뮤지션들이 한 무대에 올라 김광석의 노래와 각자의 창작곡을 선보였고, 관객들은 그의 음악을 현재의 언어로 다시 받아들였다.


김광석의 노래가 오랫동안 살아남은 이유는 분명하다. 그의 노랫말은 거창한 메시지보다 일상의 순간을 정확히 짚어낸다. 군 복무의 기억, 청춘의 불안, 사랑과 이별, 시간이 흐른 뒤의 회한까지.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감정을 과장 없이 담아냈다.


동료들은 김광석을 “무대에 가장 성실했던 사람”으로 기억한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에도 노래를 멈추지 않았고, 소극장 공연을 통해 관객과 가장 가까운 거리를 유지했다. 음악은 그에게 직업이라기보다 생활에 가까웠다.


그래서 그의 노래는 공연장을 벗어나 일상 속에서도 오래 남았다. 광장에서 함께 부르던 노래와, 혼자 방 안에서 이어폰으로 듣던 노래가 같은 이름으로 기억된다. 김광석의 음악은 집단의 기억과 개인의 감정을 동시에 품고 있다.


30년이 지난 지금도 그의 노래는 과거에 머물지 않는다. 헌정 앨범과 리메이크, 경연 무대를 통해 새로운 목소리를 만나고 있고, 젊은 세대에게도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다. 김광석의 음악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김광석의 노래는 많다. 그러나 30년이라는 시간은 노래들을 같은 자리에 두지 않는다. 어떤 곡은 시대의 노래로 남고, 어떤 곡은 삶의 노래로 남는다. 시간이 흐를수록 조용히 다시 불리는 노래들이 있다. 삶을 한 번쯤 건너온 뒤에야 비로소 닿는 노래들이다.

 

그중 하나가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이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그대 보내고 멀리 가을새와 작별하듯
그대 떠나 보내고 돌아와 술잔 앞에 앉으면 눈물 나누나
그대 보내고 아주 지는 별빛 바라볼 때
눈에 흘러 내리는 못다한 말들 그 아픈 사랑 지울 수 있을까
어느 하루 비라도 추억처럼 흩날리는 거리에서
쓸쓸한 사랑 되어 고개 숙이면 그대 목소리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어느 하루 바람이 젖은 어깨 스치며 지나가고
내 지친 시간들이 창에 어리면 그대 미워져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이제 우리 다시는 사랑으로 세상에 오지 말기
그립던 말들도 묻어 버리기 못다한 사랑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김광석 4집에 수록된 이 곡은 사랑의 끝을 미화하지 않는 노래다.
이별 이후에 남는 감정을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바라본다.
슬픔을 키우기보다, 지나간 사랑을 정리하는 태도에 가깝다.
김광석의 절제된 목소리는 감정을 과장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 노래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깊게 들린다.

 


류근 시인 작사 

 

류근 시인 [사진제공 나무위키]
류근 시인 [사진제공 나무위키]

이 곡의 가사는 시인 류근이 썼다.
류근은 감정을 설명하기보다 여백을 남기는 언어를 사용하는 시인이다.
사랑을 이상화하지 않고, 상처가 남는 과정까지 정직하게 다룬다.
짧고 단단한 문장은 듣는 이의 경험을 자연스럽게 불러낸다.
이 노래는 김광석 음악 세계의 깊이를 확장한 기록이다.


노래는 사람을 떠나 시간을 건넌다.
김광석의 노래가 그렇다.
30년이 지나도, 우리는 여전히 그의 노래를 듣는다.
그리고 각자의 삶을, 그 노랫말 위에 조용히 얹어놓는다.

성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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