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빈자리, 친구 400명이 채웠다”…故최수영 박사 딸 결혼식 다시 화제
오삼합창단 20명 축가…“400명의 아버지 친구들 덕분에 외롭지 않았다”

딸의 결혼식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아버지. 그 빈자리에 아버지의 오랜 친구들이 앉았다. 한두 명이 아니었다. 400명이었다.
지난해 열린 한 결혼식의 사연이 최근 온라인에서 다시 소개되며 눈길을 끌고 있다. 2025년 2월 22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배서더에서 열린 장한아람 씨와 최자은 씨의 결혼식이다.
신부 자은 씨의 아버지는 故 최수영 박사다. 통일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을 지낸 최 박사는 딸의 결혼식을 보지 못한 채 2019년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결혼식 날 아버지의 자리를 기억한 것은 가족만이 아니었다.
최 박사의 대구 경북중·고 53회 동기생 400명이 결혼식장을 찾았다. 어린 시절부터 학창 시절을 함께 보내고 오랜 세월 교우 관계를 이어온 친구들이었다.
예식이 진행되던 중 정장을 갖춰 입은 남성 20명이 무대에 올랐다.
동기생들로 구성된 ‘오삼합창단’이었다. 오삼합창단은 경북중·고 53회 동기들을 중심으로 활동해온 남성 합창단으로, 최 박사 역시 2016년 창립 때부터 함께 활동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이들이 준비한 축가는 ‘사랑의 노래’였다.
신랑과 신부는 합창단을 바라보며 노래를 들었다. 친구의 딸이 결혼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단원들 사이에서는 눈물을 참는 모습도 보였다.
최 박사와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함께했다는 박종선 회장에게는 더욱 특별한 순간이었다. 그는 당시 노래를 부르다 감정이 북받쳐 2절을 어떻게 불렀는지 기억하지 못할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박수 소리를 듣고서야 노래가 끝났다는 것을 알았다고 했다.
오삼합창단 김영석 단장은 먼저 떠난 친구와의 인연을 떠올리며 신랑에게 신부와 행복하게 살아달라는 말을 전했다. 최 박사의 동기생 400명이 장인의 역할을 대신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신부의 어머니 박숙경 씨도 남편 친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추운 날씨와 늦은 시간에도 많은 동기들이 참석해 남편의 빈자리를 채워준 것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결혼식을 마친 신부의 말은 짧았다.
아버지 친구 400명이 빈자리를 채워줘 외롭지 않았다고 했다. 친구들이 불러준 ‘사랑의 노래’ 역시 가족들과 함께 간직하고 기억하겠다고 전했다.
먼저 떠난 친구의 딸이 새로운 가정을 이루던 날, 오랜 친구들은 ‘400명의 아버지’가 되어 두 사람의 앞날을 함께 축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