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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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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다시 사랑하고, 다시 꿈꾸고, 다시 아침을 맞는다
누군가에게 상처 받았더라도 사람에 대한 믿음을 완전히 거두지 않으며, 세상이 차갑다고 느껴질수록 내 곁의 한 사람에게는 따뜻한 사람이 되는 것, 그것이 어려운 시대를 건너가는 우리의 품격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다 보면 마음속에 오래 남는 문장이 하나쯤 생긴다. 기쁜 날에는 잘 떠오르지 않다가도 세상이 뜻대로 되지 않고, 믿었던 사람이 멀어지고, 애써 쌓은 것들이 흔들릴 때 문득 가슴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말이다.

 

이 짧은 문장은 우리가 삶을 끝까지 살아가게 하는 가장 단단한 언어일지 모른다.

요즘의 삶은 쉽지 않다. 젊은이는 취업과 집값 앞에서 주저앉고, 중년은 가족과 생계의 무게를 감당하느라 자신의 꿈을 뒤로 미루며, 노년은 길어진 생애만큼 외로움과 건강의 걱정을 안고 살아간다. 세상은 풍요로워졌지만 사람들의 마음 한쪽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불안이 깊어지고 있다. 

 

그러나 삶은 모든 조건이 좋아진 뒤에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비가 그친 뒤에만 길을 걸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상처가 모두 아문 뒤에야 다시 사랑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때로 눈물을 머금은채 웃어야 하고 두려움을 안고서도 문을 열어야 하며 실패를 등에 지고 다시 한 걸음을 내디뎌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에는 현실을 외면하는 낙관이 없다. 아픔을 아프다고 인정하면서도 거기에서 삶을 끝내지 않겠다는 조용한 결심이 담겨 있다. 넘어졌다는 사실보다 다시 일어나려는 마음이 중요하고, 잃어버린 것보다 아직 지켜야 할 것을 바라보는 태도가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나무는 겨울을 피하지 않는다. 앙상한 가지로 눈과 바람을 견디면서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봄을 준비한다. 우리의 삶도 그러했으면 좋겠다. 오늘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내일을 포기하지 않고, 누군가에게 상처받았더라도 사람에 대한 믿음을 완전히 거두지 않으며, 세상이 차갑다고 느껴질수록 내 곁의 한 사람에게는 따뜻한 사람이 되는 것, 그것이 어려운 시대를 건너가는 우리의 품격일 것이다.

 

삶은 결국 수많은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연속이다. 사랑했기에 아프고, 꿈꾸었기에 실패하며, 살아가기에 때때로 외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다시 사랑하고, 다시 꿈꾸고, 다시 아침을 맞는다.

희망이란 모든 것이 잘될 것이라는 확신이 아니다. 오늘의 어려움을 알면서도 내일을 향해 한 걸음 더 내딛는 마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살아간다. 그리고 어쩌면 삶은 바로 그 한마디 때문에 끝내 아름다운 것인지도 모른다.

 


 

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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