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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콘텐츠, 전 세계를 물들이는 이야기의 힘
문화/예술

K콘텐츠, 전 세계를 물들이는 이야기의 힘

성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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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강국

김 구 선생님께서 원하셨던 문화강국이 눈앞에

 

“나는 우리나라가 독립을 이룩하는 것으로 만족하지 아니하고,
더 나아가서 인류의 문화에 이바지할 수 있는 높은 문화의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1947년 『백범일지』 중에서)

김구 선생님 - 문화강국의 꿈
김구 선생님 - 문화강국의 꿈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한국 대중문화가 국경을 넘어, 시대를 초월하는 콘텐츠로 성장하고 있다. K팝부터 드라마, 애니메이션, 그리고 웹소설 IP 기반의 공동 제작물까지—이제 ‘K컬처’는 하나의 트렌드를 넘어 글로벌 스토리텔링의 주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프라임비디오를 뒤흔든 ‘내남결’ 신드롬

 

최근 한국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이하 ‘내남결’)이 프라임비디오에서 글로벌 일간 TV쇼 1위에 오르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특히 이 작품은 단순히 콘텐츠 하나의 성공을 넘어서, 동일한 원작 IP가 어떻게 다른 문화권에서 다채롭게 구현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례로도 의미가 깊다.

 

‘내남결’의 일본판은 단순한 리메이크가 아니다. 원작 웹소설의 저작권을 확보한 후, 일본 정서와 스토리텔링 구조에 맞게 새롭게 제작된 별도의 드라마다. CJ ENM 재팬과 스튜디오드래곤의 공동 기획 아래, 일본 영화 제작사 자유로픽쳐스와 쇼치쿠가 손잡고 프로젝트를 완성했다. 한국 드라마계 베테랑 안길호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일본 인기 각본가 오오시마 사토미와 톱배우 사토 타케루, 코시바 후우카가 주연을 맡으며 한국과 일본 양국의 정서와 제작 역량이 유기적으로 융합됐다.

제작발표회에서 손자영 PD는 “동일한 IP가 어떻게 양국에서 서로 다른 감정선과 연출 방식으로 해석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실험이었다”며, “한국 제작진이 주도해 기획한 뒤 현지에 맞는 제작을 통해 K드라마가 확장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일본판에서는 전개 흐름과 인물의 정서 표현에 있어 더 절제되고 섬세한 방식이 강조됐다. ‘남편, 부인, 내연녀가 조용히 차를 마시며 대화하는 장면’처럼, 대립보다 감정의 결을 담아내는 방식이 두드러진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 음악으로 완성된 스토리텔링의 진화

 

글로벌 OTT 플랫폼에서 드라마 외에도 주목받는 K콘텐츠의 유형은 애니메이션이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는 K팝을 주제로 한 최초의 글로벌 애니메이션으로, 공개 직후 9일 연속 1위를 기록하며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이 작품은 한국계 감독 메기 강과 크리스 아펠한스가 공동 연출을 맡았으며, 현대 한국을 배경으로 악령과 맞서 싸우는 K팝 걸그룹 ‘헌트릭스’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야기는 단순한 히어로물에 그치지 않고, 청춘의 정체성 탐색과 음악의 힘으로 세상을 지켜내는 과정을 그리며 풍부한 상징성을 담고 있다.

OST 역시 작품의 몰입도를 극대화한다. 블랙핑크와 투애니원의 히트곡을 만든 프로듀서 테디가 참여해 완성도 높은 사운드트랙을 선보였고, OST ‘Golden’, ‘Soda Pop’은 공개 직후 미국 빌보드 200 차트 상위권에 진입했다.  
캐나다에서 성장한 한국계 배우 안효섭, 한국 배우 이병헌 등이 목소리 연기를 맡으며 글로벌 흥행력을 더했다.

메기 강 감독은 넷플릭스를 통해 “한국 문화를 기반으로 한 세계 최초의 대형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것이 꿈이었다”며 “음식, 패션, 정서까지 한국적인 요소들을 충실히 담아내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고 밝혔다.

 

문화는 국경을 넘고, 이야기는 감정을 통한다

 

이처럼 ‘내남결’과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사례는 단순한 콘텐츠 소비를 넘어서, 한국 정서와 창작방식이 세계인의 감정과 연결되고 있다는 증거다.  
K콘텐츠는 특정 지역에 국한된 문화가 아니라, 다국적 협업과 현지화를 통해 ‘글로벌 보편성’을 확보해가고 있다.

한국 콘텐츠의 핵심 강점은 이야기를 설계하는 능력, 즉 ‘스토리텔링’에 있다. 감정의 디테일, 인물의 성장, 서사의 반전과 해소까지—그 구조와 감성이 세계인의 마음에 공명하고 있다.

또한, 한국의 웹툰·웹소설 IP는 다른 콘텐츠 시장과 달리 치밀한 캐릭터 서사와 감정 묘사를 바탕으로 제작되기 때문에, 드라마·영화·애니메이션 등으로 확장하기에 최적화된 자산으로 평가받고 있다.

 

K컬처는 이제 ‘세계로 나아가는 한국’이 아닌, ‘세계를 품은 한국’이다

 

K콘텐츠는 더 이상 수출되는 제품이 아니다. 함께 만들어가는 이야기로, 전 세계가 감정으로 참여하는 서사로 진화하고 있다.  이제 한국은 글로벌 콘텐츠 산업의 관객이 아니라 연출자이며,  
문화적 수혜자가 아니라 창조자다. K스토리텔링은 지금 이 순간에도  다른 나라의 언어와 감정 안에서,  다른 세대의 청춘과 상실, 꿈과 열정 속에서  새롭게 다시 태어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엔 여전히 ‘한국적인 것’이 있다.  
낯설기에 매혹적이고, 익숙하기에 위로가 되는 이야기들이—지금도 세계를 물들이고 있다.
 

산타뉴스 성 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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