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남편 떠나보낸 뒤, 나눔을 선택했다”
![10년간 남편을 사별한 80대 아내가 온요양병원에 기부한 100만원으로 구입한 휠체어들. [사진제공 온요양병원]](https://santanews.cdn.presscon.ai/prod/140/images/20260202/1770042310589_290778834.jpg)
부산에 사는 이모 씨(80)는 최근 남편의 이름으로 기부를 했다.
지난 28일, 이 씨는 부산 온요양병원을 찾아 현금 100만원을 전달했다.
기부금은 거동이 불편한 장기 입원 환자들을 위한 이동용 휠체어 4대를 구입하는 데 쓰였다.
이 씨의 남편은 10여 년간 알츠하이머를 앓다 세상을 떠났다.
남편의 장례를 치른 뒤, 이 씨가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휴식이 아니라 ‘나눔’이었다.
10년의 돌봄, 그리고 남겨진 시간
남편은 정년퇴직 이후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았다.
이후 이 씨는 남편의 기억을 대신 품은 채 살아왔다.
집을 나섰다가 길을 잃은 남편을 찾아 동네를 헤매고,
공공장소에서 쏟아지는 시선을 대신 감내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병원 로비에서 치매 환자 실종 소동이 벌어졌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이 씨는 그 장면이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다고 했다.
자신이 지나온 시간이 고스란히 겹쳐졌기 때문이다.
“해방보다 먼저 떠오른 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었습니다”
남편을 떠나보낸 뒤, 이 씨는 ‘해방’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러나 그녀의 선택은 자신을 위한 보상이 아니었다.
이 씨는 “남편의 이름으로 마지막 인사를 남기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기부금 전달 당시
“정신이 미약해진 분들을 돕는 데 써달라”는 뜻을 함께 전했다.
잃어버린 기억의 시간이, 다른 누군가의 이동과 일상에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랐다.
휠체어 4대, 병원 밖으로 나가는 발걸음
온요양병원은 이 씨의 뜻을 반영해
거동이 어려운 장기 입원 환자들을 위한 이동용 휠체어 4대를 마련했다.
환자들이 병원 안에만 머무르지 않고,
잠시라도 바깥 공기를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온요양병원 김동헌 병원장은
“초고령화 사회에서 치매는 한 가정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사회 전체의 과제”라며
“기부자의 뜻이 환자들의 삶에 닿을 수 있도록 소중히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개인의 상실이, 이웃의 도움이 될 때
이 씨는 평소 의료법인 온그룹의료재단이
어르신 건강 교육, 무료급식, 의료 봉사 등 사회공헌 활동을 이어온 점에 공감해 왔다고 전했다.
이번 기부 역시 그런 신뢰가 배경이 됐다.
긴 돌봄의 시간을 지나,
이 씨가 선택한 마지막 인사는 조용했지만 분명했다.
한 사람의 상실이, 또 다른 사람의 이동이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