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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예산, 둑 붕괴로 마을 통째 잠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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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예산, 둑 붕괴로 마을 통째 잠겨

산타뉴스 이 성로
입력
대구선 보트로 긴급 구조
비피해 상황  서울시

장맛비가 몰고 온 재앙이 충청과 영호남을 덮쳤다. 충청남도 예산군 일부 마을은 하천 둑 붕괴로 마을 전체가 침수됐고, 대구에서는 갑작스런 폭우로 인해 주택과 도로가 물에 잠기면서 보트를 동원한 주민 구조 작업이 벌어졌다. 이번 집중호우는 단순한 자연재해를 넘어 ‘인재(人災)’ 논란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예산군 삽교읍 하포1리 주민 박은순(74) 씨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밤새 잠 한숨 못 자고 짐 챙기느라 정신이 없었어요. 안내 방송 듣고 서둘러 짐을 싸는데 어느새 마당까지 물이 들어찼어요.”

마을 주민들은 17일 새벽 6시경, 행정 당국의 재난 방송을 듣고 급히 외부 상황을 살폈지만 당시에는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 그러나 불과 한 시간도 지나지 않은 7시경부터 하천 둑이 무너지며 급격히 마을 전체가 침수되기 시작했다.

마을회관과 제방으로 대피한 주민들이 있었지만, 일부는 고립돼 옥상으로 피신한 채 구조를 기다려야 했다. 긴급 출동한 119 구조대는 고무보트와 드론을 동원해 수십 명의 생명을 구조했다.


“비닐하우스 70채 물에 잠겨”… 오가면 신원1리 전역 침수

 

같은 날 예산군 오가면 신원1리에서는 인근 무한천이 범람하면서 마을 전체가 물속에 잠기는 참사가 벌어졌다. 비닐하우스 70여 동이 사실상 전파되었고, 주택 상당수도 침수 피해를 입었다.

주민들은 “갑자기 재난문자가 도착했는데, 그때는 이미 물이 들어차고 있었다. 예당호에서 방류를 한다고 했지만, 한꺼번에 방류하면서 감당이 안 된 것 같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일부 주민은 이번 피해에 대해 “사람의 판단 미숙으로 생긴 재난”이라며 인재(人災)를 지적했다.


중부·남부 전역에 쏟아진 500mm 이상 폭우… 위기경보 ‘심각’ 격상

 

기상청에 따르면, 7월 16~17일 이틀간 충청권과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최대 500mm 이상의 비가 집중적으로 쏟아졌으며, 일부 지역은 하루 10시간 동안 440mm를 기록해 1968년 기상 관측 이래 최고치를 갱신했다.

 

이에 따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17일 오후 6시 기준으로 사망자 4명, 대피 인원 1,300여 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특히 중대본은 풍수해 위기경보 단계를 최고 수위인 ‘심각’ 단계로 격상하며 전국에 비상 대응을 요청했다.

 

충남 지역에서는 667개 학교에서 휴업·단축수업·원격수업 등의 조치가 취해졌으며, 지역 교통망과 통신 인프라에도 큰 차질이 발생했다.


구 노곡동, 반복되는 침수… 14대 장비·68명 인력 투입

 

대구 북구 노곡동 일대도 오후 시간대 급작스러운 폭우로 인해 주택과 도로가 일제히 침수됐다. 소방당국은 구명보트와 고무보트 등 구조장비 14대와 인력 68명을 투입, 긴급 대피가 어려운 고립 주민 26명을 구조했다.

노곡동은 2010년 7월에도 두 차례 침수 피해를 입은 바 있는 상습 침수지역으로 분류돼 있었으나, 이후 충분한 보강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도로·철도 마비… 대통령, 피해 지역 점검 지시

 

집중호우는 육상 교통망에도 큰 타격을 입혔다. 서해안고속도로와 대전당진고속도로 일부 구간이 통제됐고, 비행기 운항도 일시 중단되며 교통 대란이 발생했다. 서울~서산 간 고속도로 일부 구간은 한때 통행이 전면 차단되기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지하차도, 하천 범람지역, 산사태 위험지대를 철저히 점검하라"며 18일 예정된 부산 방문 일정을 취소하고 피해 상황 점검에 나섰다. 정부는 각 지자체에 지체 없는 대피 명령과 현장 대응 강화를 지시했다.


 “이제는 자연이 아니라 구조가 문제다”… 반복된 인재의 경고

 

이번 집중호우는 자연의 힘을 넘어, 사전 대응과 구조 관리의 미흡함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하천 범람, 방류 지연, 둑 붕괴 등은 모두 예견된 위험이었으나, 이에 대한 준비와 경고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자체의 실시간 대응 시스템, 하천 인프라의 노후화, 그리고 소통 부재가 겹쳐진 전형적인 ‘복합 재난’의 사례”라고 분석하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전국적인 재난 대응 체계 재정비가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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