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보다 AI가 낫다"…챗GPT에 고민 털어놓는 MZ세대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중심으로 인공지능 챗봇에게 ‘팩트폭행’을 요청하는 이색 유행이 번지고 있다. “나 좀 혼내줘”, “내 단점 냉정하게 말해줘” 같은 요청을 직접 AI에게 던지는 ‘팩폭 챌린지’가 MZ세대 사이에서 자아 성찰 수단으로 확산되고 있다.
“챗GPT한테 혼나봤니?”…AI에 자발적으로 ‘일침’ 요청
인공지능 챗봇 챗GPT는 원래 따뜻하고 공감 가는 상담 스타일로 유명했지만, 최근 이용자들은 이와 반대되는 방식의 사용법에 주목하고 있다. 스스로의 문제를 날카롭게 분석해 달라는 요청을 던지며, AI에게 ‘팩폭’을 자청하는 것이다.
이같은 흐름은 실제 설문에서도 나타난다. 한 채용 플랫폼이 Z세대 구직자 15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약 73%가 사람 대신 AI에게 고민을 털어놓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진로, 감정, 인간관계 문제를 다룰 때 AI를 선택하는 비율이 높았으며, 사람과 AI를 비슷한 수준으로 신뢰한다는 응답도 있었다.
"너 자신을 족치는 건 너야"…AI의 직설 화법
실제로 챗GPT에 “나에 대해 알고 있는 걸 바탕으로 날 roast해줘”라고 입력하면, 예상보다 신랄한 분석이 돌아온다. 한 직장인은 “너는 생각이 많지만 그건 걱정, 검열, 과잉 시뮬레이션일 뿐”이라는 대답을 받았다며 놀라움을 전했다. 또 다른 사용자는 “다이어트를 한다면서 현실은 스무디와 마라탕에 손을 댄다”며 식단 관련 팩폭을 받아 당황했다는 후기를 공유했다.
이러한 경험을 공유하는 이용자들은 “정곡을 찔려서 오히려 위로가 됐다”, “웃기려 했는데 울었다”, “AI인데도 따뜻하게 혼내주는 느낌” 등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디지털 성찰 도구인가, 감정 폭격기인가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기계이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있는 솔직함’으로 해석한다. 서울대 곽금주 교수는 “사람에게서 들으면 상처가 될 말도, AI가 하면 거리감 덕분에 수용이 쉬워진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AI의 응답에 과도하게 의존하거나 맹신하는 경우, 자존감 하락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앙대 김재휘 교수는 “요즘 사람들은 챗봇에게 특별한 관심과 반응을 기대하며 더 깊은 상호작용을 원한다”며, 단순 정보 검색 도구를 넘어 ‘자기만의 AI 대화 파트너’로 인식이 바뀌고 있음을 지적했다.
AI와의 대화, 어디까지가 건강한가
‘팩폭 챌린지’는 단순한 놀이를 넘어, 스스로를 돌아보고 개선하려는 디지털 자아 성찰 행위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도구일 뿐, 궁극적인 통찰의 주체는 사람 자신이라는 점도 함께 인식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