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학자 손호철 서강대학교 명예교수의 여행기-3
산타 뉴스는 <마추픽추 정상에서 라틴 아메리카를 보다>, <레드 로드: 대장정 15500Km, 중국을 보다>, <물속에 쓴 이름들, 손호철의 이탈리아 사상 기행>, <카미노 데 쿠바: 즐거운 혁명의 나라 쿠바를 가다> 등 역사기행 책을 쓴 정치학자 손호철 서강대학교 명예교수의 여행기를 연재한다.
이번 여행기는 지난 7월 손 교수가 지상의 낙원인 ‘샹그릴라 ’이자 세계 최장수 마을인 파키스탄의 훈자계곡을 거쳐 ‘세계에서 가장 높은 길’이라는 카라코룸하이웨이로 ‘세계의 지붕’ 파미르고원을 건너 위구르족의 고향인 중국의 신장에 이르는 오지를 다녀온 여행기다.
그의 여행기를 여행 중 찍은 사진을 중심으로 연재한다.
3. 훈자계곡을 향하여
탁실라에서 훈자계곡까지는 580Km이지만, 나쁜 도로사정 때문에 15시간이 걸리는 험한 길이다. 한 시간을 달리자, 아보타바드라는 작은 도시가 나타났다. 1200Km 길이(파키스탄 750Km, 중국 450Km)의 카라코룸 하이웨이가 시작되는 곳이다. ‘하이웨이’라고 해서 차들이 쌩쌩 달리는 고속도로를 상상하면 착각이다. 하이웨이는 고속도로가 아니라 고지대로 도로가 지나가는 고지대 도로라는 뜻으로, 길은 우리 국도만 못 하고 엉망이다. 이 같은 도로를 6시간 달려 나란이란 곳에서 하루 묵고 다시 6시간을 달려 길리트에서 다시 하루 묵고 가야 한다.
특별히 바쁘지 않는 한, 나는 평소에 고속도로보다는 국도를 좋아한다. 사람들의 삶의 현장을 보다 가까이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카라코룸하이웨이도 그 이름과 달리 시속 40킬로를 내기 어려운 ‘느린 완행도로’이지만, 그런 만큼 파키스탄 농촌의 속살을 조금이나마 들여다볼 수 있었다. 하이웨이를 조금 달리자 휴게소가 나타났다. 휴게소에는 카라코룸하이웨이 2차 보강공사를 축하하고 기념하는 기념비가 세워져 있었다. 건설 중에 700-3000명이 목숨을 잃은 난공사였다.

카라코룸 길을 달리며 밖을 내다보자, 가장 특이한 것은 길 한가운데서 돈을 구걸하는 걸인들이 아주 많다는 점이다. 흰 두건을 쓴 중년남자로부터 검은 옷으로 온몸과 얼굴을 가린 여인에 이르기까지 사방에 걸인들이다. 물론 세계 어디 가도 걸인은 있다. 하지만 걸인은 대개 도시에 몰려 있지, 파키스탄 같이 시골 길 한 가운데서 돈을 구걸하는 것은 본 적이 없다.


길에서 눈이 많이 뜨이는 것은 수많은 텐트들과 벌통들이다. 파키스탄은 벌꿀이 풍부해 곳곳에서 벌통들과 여기서 채집한 꿀 노상판매대를 발견할 수 있다. 양봉과 양, 염소, 소 같은 가축들을 방목하는 유목생활은 꽃과 풀을 찾아 이동생활을 해야하기 때문에 이들이 생활하는 텐트들을 여러 곳에서 볼 수 있다.
이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파키스탄은 중학교까지 의무교육을 받도록 되어 있지만. 이들의 자녀들은 부모들이 계속 이동하는 만큼 학교에 다닐 수가 없다. 그 결과, 파키스탄의 문맹율이 50%를 넘고 있다고 한다.




카라코름 하이웨이는 평균 해발 2000미터를 달리고 있고 숙소인 나란도 해발 2400미터다. 나란 숙소에서 바라다보는 풍경은 6시간 동안의 엉덩이 고통을 잊게 해준다. 하지만 이곳 오지에도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인류의 미래에 대해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나란을 떠나 북으로 향하자 나타난 것은 길가에서 무엇인가를 삽이나 망치로 깨고 있는 사람들이다. 7월 한여름인데도 불구하고 빙하가 길가에까지 자라 이를 얼음으로 팔기 위해 깨고 있는 장사꾼들로부터 가지고 간 아이스박스에 이를 깨어 넣으려는 여행객, 빙하로 눈사람을 만들어 놓은 젊은이들이 이색적이다.



해발 4000미터의 언덕을 넘어가자 카라크롬하이웨이에서 벗어났던 지방도로가 끝나고 카라코룸하이웨이의 본류가 다시 시작됐다. 이 지역은 비바람이 많은 지역인지 사방에 도로가 망가져 간신히 통과할 수 있었다. “카라코룸 하이웨이의 진짜 문제는 건설도 건설이지만 여러 지역을 통과하는 1200킬로미터를 보수유지하는 것이지요.” 파키스탄 가이드의 설명이 이해가 됐다.



조금을 가자, 세계에서 5번째로, 피카스탄에서는 K2(높이 8611미터로 에베레스트에 이어 세계에서 2번째 높은 산)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낭가파르바트(높이 8125미터)가 시커먼 구름 사이에서 조금 얼굴을 보여줬다.





길리트에 도착해 시장 등 시내를 돌아봤다. 특이한 것이 눈에 띄였다. ‘거리의 도서관’이다. 제목처럼 거창한 것은 아니지만 아주 의미있는 시설이다.
번화가에 작은 공간을 만들어 탁자들 두 개 설치하고 거치대를 설치해 신문을 놔두서 주민들이 돌아가며 읽을 수 있게 해놓은 것이다.
사람들이 열심히 신문을 읽고는 접어 놓고가면 다음사람이 와서 다시 읽고 갔다.
특히 벽에 써 놓은 구호가 인상적이다.
<오늘의 독자(reader)가 내일의 지도자(leader)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