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학자 손호철 서강대학교 명예교수의 여행기
산타 뉴스는 <마추픽추 정상에서 라틴 아메리카를 보다>, <레드 로드: 대장정 15500Km, 중국을 보다>, <물속에 쓴 이름들, 손호철의 이탈리아 사상 기행>, <카미노 데 쿠바: 즐거운 혁명의 나라 쿠바를 가다> 등 역사기행 책을 쓴 정치학자 손호철 서강대학교 명예교수의 여행기를 연재한다.
이번 여행기는 지난 7월 손 교수가 지상의 낙원인 ‘샹그릴라 ’이자 세계 최장수 마을인 파키스탄의 훈자계곡을 거쳐 ‘세계에서 가장 높은 길’이라는 카라코룸하이웨이로 ‘세계의 지붕’ 파미르고원을 건너 위구르족의 고향인 중국의 신장에 이르는 오지를 다녀온 여행기다.
그의 여행기를 여행 중 찍은 사진을 중심으로 연재한다.
1. 혜초를 찾아서 고난의 길로
“게바라는 알아도 이현상은 모른다.” 쿠바의 혁명가 체 게바라를 모르는 한국인은 거의 없지만 지리산에서 게바라보다 수백 배 치열하게 투쟁했던 빨치산대장 이현상에 대해 아는 한국인은 많지 않은 것에 대해 소설<만다라>를 쓴 김성동작가가 한 말이다.
그 정도는 아니지만, 이탈리아의 여행가 마르코 폴로에 비해 혜초는 덜 알려져 있다.
혜초(704-787)는 신라출신의 승려로 중국에서 공부하다 불교의 나라 인도를 찾아 나서 인도를 넘어 페르시아까지 다녀와 <왕오천축국전>(5개 천축국을 다녀온 이야기)을 썼다.
이 책은 마르코 폴로(1254-1324)의 <동방견문록>, 이븐 바부타(1304-1368)의 <이븐 바부타 여행기>와 함께 ‘세계 3대 여행기’로 일컬어진다.
혜초의 책은 다른 두 책보다 500-600년이나 앞선 것으로 그의 선구적 위상을 잘 보여주고 있다. 특히 혜초가 건넌 파미르고원은 히말라야 산맥에 인접한 고산지대로 15명의 신라 승려들이 이를 넘으려다가 10명이 목숨을 잃은 험한 길이다. 한마디로, 혜초는 우리 역사상 ‘최고의 개척정신, 모험정신’을 상징한다. 하여 오래전부터 그의 길을 따라가 보고 싶었다,
이제 파미르고원은 중국과 파키스탄이 함께 건설했고 이들이 ‘세계 8대 기적’이라고 자랑하는 험준한 카라코룸하이웨이를 통해 지나갈 수 있다.

하지만 파키스탄(공식명칭은 ‘파키스탄 이슬람공화국’이다)이 군사독재와 이슬람이 지배하는 폐쇄적 사회이고, 아프가니스탄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만큼, 텔라반 등 극렬이슬람무장해방세력의 테러 등으로 정치적으로도 불안한 나라다.
따라서 파미르고원은 쉽게 여행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마침 혜초의 정신을 계승한다는 마음으로 만들어 오지여행을 선도해온 혜초여행사가 어렵게 카로코름하이웨이 파미르공원 답사를 모집해 이에 합류했다.
인도서쪽에 국경을 접하고 있는 파키스탄은 한국과 유럽의 중간 쯤에 위치한다. 하지만 직항이 없기 때문에 한국에서 파키스탄으로 날아가려면 유럽보다 훨씬 오래 걸린다.
인천에서 방콕까지 6시간을 날아간 뒤 5시간을 기다려 파키스탄의 수도 이슬라마바드까지 다시 5시간 이상을 날아가야 한다. 16시간이 걸리는 긴 여정이다.



자정이 넘어 껌껌한 어둠을 한 시간을 달려 이슬라마바드에 들어가 호텔에 도착했지만, 호텔이 호텔이 아니라 ‘요새’였다.

철문을 열고 들어 가자 바리케이트가 여러 개 쳐 있고, 기관단총으로 무장한 경비원들이 우리를 맞았다.

버스가 바리케이트 사이를 지그재그로 통과하자 공항보안검색대 같은 짐 검사 X레이와 사람들이 통과하는 보안검색대가 기다리고 있다.
파키스탄의 정치적 상황을 싱징적으로 보여주는 광경으로, 이후 숙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파키스탄은 아름다운 자연과는 대조적으로 정치적으로 낙후하고 불안정한 나라다. 나는 긴 여정의 피곤함에, 정치적 불안정이고 뭐고, 골아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