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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문학, 은유로 세상과 소통하다

산타뉴스 성연주 기자
입력
한국장애예술인협회, 24일 ‘장애인문학 은유 속 장애 해석하기’ 개최
한국장애예술인협회
A+festival_장애인문학 은유 속 장애 해석하기 포스터 (사진 제공: 한국장애예술인협회)

장애인문학은 오랫동안 주변부에 머물러 왔다. 

장애인의 목소리를 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도권 예술정책에서는 종종 소외되었고 대중적 관심에서도 벗어나 있었다. 

그러나 그 속에는 누구보다 깊은 자기 고백과 사회를 향한 질문, 그리고 인간 보편의 감정을 울리는 힘이 담겨 있다.

 

이러한 장애인문학의 의미를 새롭게 조명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한국장애예술인협회(회장 석창우)는 오는 24일 서울 모두예술극장 모두스튜디오에서 ‘장애인문학 은유 속 장애 해석하기’를 연다. 이번 행사는 2025 장애인문화예술축제(A+festival) 프로그램의 하나로, 장애인문학 평론 무대를 공식적으로 선보이는 첫 시도라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문학 속 장애, 새로운 담론의 출발점

 

협회는 “장애인문학이 단순히 ‘장애인의 문학’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작품 속 은유와 상징은 개인의 고백을 넘어 사회 전체의 울림으로 확장될 수 있으며, 이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의 간극을 줄이고 새로운 문화 담론을 만들어내는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행사는 바로 그 가능성을 실험하는 장이다.

 

3부로 나뉜 깊이 있는 프로그램

 

행사는 총 3부로 구성된다.

1부 ‘시장(詩場)-아름다운 당신들’에서는 이미 세상을 떠난 1세대 장애인 시인들(남인우, 이상열, 서정슬, 최종진, 김옥진)의 작품을 내러티브 영상과 시 낭송으로 되살린다. 

그들의 목소리는 비록 멈추었지만, 작품 속 언어는 여전히 현재를 울린다.

 

"2부 ‘평장(評場)-간극 줄이기’"에서는 문학평론가 김재홍, 천유철, 황유지, 이승하, 맹문재 교수가 나서 영상으로 소개된 작품을 심도 있게 해석한다. 

평론가들의 시선은 단순한 감상에 머무르지 않고, 장애와 문학의 접점을 탐색하며 ‘문학 속 장애’의 사회적 의미를 확장한다.

 

"3부 ‘장애해석-우리의 울림으로’"에서는 담론이 한층 구체화된다. 

장애인 인터넷신문 ‘더인디고’ 이용석 편집장이 ‘은유와 증언의 사이, 장애정체성의 문학적 재현’을 주제로 발표하며, 국내외 작가들의 작품 속 장애 해석을 짚는다. 

이어 구상솟대문학상 수상자인 서성윤 시인(2025년)과 설미희 시인(2022년)이 토론을 펼치며 장애문학이 가진 다층적 의미를 공유한다.

 

장애인문학의 재평가, 왜 지금 필요한가

 

그동안 장애인 예술은 시각예술이나 공연예술 중심으로 정책적 지원을 받아왔다. 

반면 문학은 제도적 지원과 논의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어, 본연의 역할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했다. 그러나 장애인문학은 한 개인의 내면적 고백에서 출발하면서도, 사회 구조와 인간의 보편적 조건을 성찰하게 만드는 힘을 지닌다.이번 행사는 장애인문학의 존재를 다시 사회적 무대 위로 불러내는 자리다. 

 

주최 측은 “문학이 가진 언어적 힘은 장애를 특정 집단의 경험으로 한정하지 않고, 인간 모두의 경험으로 확장시킨다”며 “이 울림이야말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나누어야 할 가치”라고 설명했다.

 

협업과 제도적 지원

 

이번 프로그램은 한국장애예술인협회가 주관하며, 장애와문학학회와 한국장애인문인협회가 협업해 행사의 학문적 깊이를 더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이사장 방귀희)이 후원하고, 한국장애인문화예술단체총연합회(상임대표 신동일)가 주최하는 축제의 공식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이는 장애인문학이 이제는 제도적·사회적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인정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신호이기도 하다.

 

문학으로 다가가는 또 다른 다리

 

장애는 더 이상 극복해야 할 한계만이 아니다. 

문학 속에서 그것은 인간 조건의 한 부분으로, 때로는 은유와 상징으로, 때로는 증언과 고백으로 존재한다. 

이번 행사는 그 목소리를 사회가 함께 듣고, 울림으로 나누는 과정이다.

‘장애인문학 은유 속 장애 해석하기’가 단순한 문학 행사를 넘어,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허물고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찾아가는 첫걸음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성연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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