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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자와 해학의 한마당

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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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장 마당놀이 - 홍길동이 온다
               공연 포스터   국립극장제공

전통과 풍자의 재회, 국립극장 마당놀이 ‘홍길동이 온다’


 

매년 관객의 웃음과 박수를 책임져온 마당놀이가 다시 무대에 올랐다. 

국립극장의 대표 레퍼토리인 마당놀이 ‘홍길동이 온다’는 고전소설 홍길동전을 오늘의 감각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전통 연희의 활력과 현대 사회를 비추는 풍자를 동시에 담아낸다. 

익숙한 영웅 서사를 빌려 불평등, 권력, 공동체의 가치라는 질문을 유쾌하게 던지는 점이 이 작품의 핵심 미덕이다.


 

공연은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했던’ 서얼 홍길동의 탄생에서 출발한다. 그는 재담과 판소리, 탈춤과 몸짓이 어우러진 마당 한복판에서 스스로의 운명을 개척한다. 

율도국을 세우는 대목에서는 통쾌한 역전극이 펼쳐지고, 탐관오리와 권력의 허위를 꼬집는 장면마다 관객의 웃음이 터진다. 

마당놀이 특유의 즉흥성도 살아 있다. 배우들은 관객의 반응을 받아치며 대사를 변주하고, 관객은 박수와 추임새로 서사의 일부가 된다.


 

연출은 전통의 뼈대를 지키되 속도감 있는 장면 전환과 현대적 유머를 가미했다. 장단은 경쾌하고, 무대미술은 소박하지만 상징적이다. 

화려한 장치보다 배우의 기량과 앙상블에 집중해 ‘마당’의 본질을 되살린다. 

특히 홍길동 역을 맡은 배우의 기개 있는 소리와 몸놀림은 작품의 중심축을 단단히 세운다. 

악역과 희극적 인물들은 과장된 캐릭터로 극의 리듬을 살리고, 

집단 군무는 공동체적 에너지를 극대화한다.


 

‘홍길동이 온다’의 미덕은 세대 통합에 있다. 

아이들에게는 신나는 이야기와 노래, 어른들에게는 사회를 돌아보게 하는 풍자가 각기 다른 층위에서 다가온다. 고전을 박제하지 않고 오늘의 언어로 호흡하게 만든 덕분에, 전통 공연이 낯선 관객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공연 말미, 정의란 무엇이며 공동체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웃음 뒤에 잔잔한 여운으로 남는다.

 

공연은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관객을 만난다. 정확한 회차와 시간은 날짜 별로 조정되지만, 주말·방학 기간을 중심으로 가족 관람에 적합한 일정이 편성된다. 

 

새해, 전통의 흥과 동시대적 메시지를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선택지로 손색이 없다. ‘홍길동이 온다’는 웃음으로 시대를 비추는 마당의 힘을 다시 한 번 증명하는 무대다.

    마당놀이 공연 장면      국립극장제공


 

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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